3일 밤 비상계엄 선포…참모들도 몰라
6시간 후 해제…尹 탄핵 여론 급물살
尹 대국민 담화로 혐의 부인 "맞서겠다"
11일 만인 14일 탄핵 가결…'직무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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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심야 비상계엄 선포 충격
'비상계엄 사태'는 지난 3일 심야에 갑작스럽게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23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다수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과 여당 국회의원들도 모르게 나온 것이어서 충격이 컸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퇴근 후 개인 시간을 보내거나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다가 윤 대통령의 심야 담화를 전해 들었다. 출입 기자들 역시 사전에 알지 못했고, 대통령 대국민 담화가 열린 브리핑실에도 못 들어갔다.
그날 밤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이후 확인된 바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에 앞서 국무회의는 오후 10시17분부터 단 5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오후 8~9시께 소수의 국무위원을 용산으로 먼저 불러 뜻을 전했고, 한덕수 총리 등이 문제를 제기하자 마지못해 국무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통보에 가까웠고, 참석자조차도 회의가 끝난 줄도 모른 채 종료됐다. 회의록도 없었고, 참석자들 서명도 없었다. 국회에 통보도 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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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윤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고, 오후 11시30분께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표됐다. 포고령에는 국회 등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 통제, 파업·집회 금지 등 내용이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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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국회 봉쇄…담 넘어 들어간 의원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온 나라가 비상에 들어갔다. 여야는 국회에 '의원 소집령'을 내렸고, 군이 국회 등에 투입됐다. 여야는 이후 두 가지 흐름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 대표는 국회에 의원들이 모일 것을 지시했지만,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사 등으로 집결을 지시했다. 반면 야당은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달려 나온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담을 넘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에 진입했다.
무장한 계엄군은 자정께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대한민국 최정예 부대 중 하나인 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특수임무대 등이었다. 특전사 예하 제3공수특전여단과 방첩사령부 수사관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으로 갔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 계엄 해제를 위해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의 연행 등을 지시했다.
하지만 국회가 4일 오전 1시 2분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야당 의원 172명 외에도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참석했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되자, 군은 철수를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 담장을 넘고 있는 우원식 국회의장. 우 의장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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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정당성이 사라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윤 대통령은 결국 오전 4시30분께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6시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약 3시간 반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사과 없이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군을 철수시켰다"며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했다.
야6당 대표발의자들이 12일 국회 의안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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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적 계엄"…尹 탄핵 급물살
야권에서도 이전까지는 윤 대통령 탄핵보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더 힘을 실었지만, 비상계엄으로 탄핵소추 근거가 생긴 만큼 대통령 탄핵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 소속 의원 190명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은 지난 4일 오후 2시43분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5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 가결 요건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다. 범야권 의원은 192명이어서 국민의힘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올지가 관건이었다. 이 때문에 여권 내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친한계(친한동훈) 표심이 캐스팅보트로 주목받았다.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기 위해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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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세 번째 담화…첫 탄핵 표결 '불성립'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자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10시 세 번째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절차가 시작됐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특검법 재의결에 참석했다, 일제히 퇴장했다. 이후 안철수 의원과 김예지 의원, 김상욱 의원만 표결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오후 9시34분 투표 불성립으로 결국 부결됐다. 표결 참석 의원은 195명으로 의결정족수인 200석에 미치지 못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표결이 무산된 직후 "국회를 대표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10일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 시민들이 보낸 국민의힘 규탄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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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부결에 민심 악화…軍 증언도
표결에 단체로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항의가 빗발쳤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자택 앞에서 커터칼이 발견되는 등 협박도 받았다.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근조화환이 배달되고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일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에 동원된 군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며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들이 11일 저녁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며 압수물 박스와 포렌식 장비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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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구속…대통령실 압수수색
윤 대통령과 함께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지난 11일 새벽 구속됐다. 김 전 장관은 영장 발부 직전 서울 동부구치소 내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1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 대해 첫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 군형법상 반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압수수색은 대통령실 거부로 실패했다. 경찰은 대통령실 내 국무회의실, 경호처, 101경비단, 합참 지하에 있는 통제지휘실 등 4곳을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8시간 가까운 대치 끝에 일부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선에서 철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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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맞서겠다"…불 난 민심에 기름
국회 첫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반대 입장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결국 돌아섰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대통령이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임기 등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혼란은 막아야 한다. 이제 그 유효한 방식은 단 하나뿐"이라며 "다음 (탄핵안) 표결 때 우리 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네 번째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2선 후퇴를 번복하고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다는 취지여서 또다시 여론과 정치권에 충격을 줬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문은 헌법재판소 변론 요지와 비슷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거대 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대한 '경고' 차원이었으며,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 내란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표결을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허영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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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결국 가결
야 6당은 같은 날 오후 5시28분께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날 비상계엄 사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오후 국회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역사가 여러분의 선택을 기억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탄핵 찬성 표결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4시 국회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은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취임 949일 만이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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