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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일)

[尹탄핵안 가결]'국가 핵심 전략' 바이오헬스 산업, 탄핵 정국에 투자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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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이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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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첨단 바이오 산업을 반도체 신화를 이어갈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습니다. 2020년 기준 국내 바이오 산업의 생산 규모가 43조원대였습니다. 2035년까지 국내 바이오 산업 200조원 시대를 열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올해 3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충청북도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이 본격화되며 이 약속도 덩달아 빛을 잃었다. 특히 바이오텍을 비롯한 연구개발(R&D) 중심 기업은 지원금 감소에 해외투자 고갈 걱정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탄핵 정국, 헌신짝 된 정부 약속

윤석열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공언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공약으로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 ▲백신주권, 글로벌 허브 구축을 위한 국가 R&D 지원 ▲제약바이오산업 핵심인재 양성 및 일자리 창출 생태계 조성을 꼽으며 구체적 정책으로 가시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후보와 당선인 시절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을 보건 안보 확립 및 국부 창출을 위한 미래 먹거리로 삼아 육성할 것"이라며 2조8000억원 수준인 정부 R&D 지원 비용을 5조6000억원 규모로 2배 늘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27일 가진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면서 "K-바이오 백신 허브를 조성하는 등 금융지원을 확대해 기업들이 신약과 백신 개발에 전념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심지어 계엄령 사태가 빚어진 당일과 직후에도 바이오 육성 정책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 KTV국민방송은 정책 브리핑을 통해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K-바이오' 펀드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한 팩트체크에 나섰다.

KTV는 "정부가 국가적 과제로 주력하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바이오 산업"이라면서 "(한 언론이) 국가전략산업인 바이오와 백신 육성을 위한 펀드가 목표액의 3분의 1 수준인 1500억원 규모로 겨우 조성됐고, 백신 개발이나 임상 단계에 들어간 일부 바이오 기업만을 지원 대상으로 설정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했다.

이어 "해당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 바이오 백신 펀드는 지난 6월 3066억원 규모로 결성됐고 정부는 내년 1분기를 목표로, 1000억원 규모의 추가 펀드를 조성 중에 있다"며 "일부 바이오 기업만을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내용 또한 사실과 다르다. 해당 펀드는 백신 개발이나 임상 단계를 포함해 제약과 바이오헬스 전 분야를 주목적 대상으로 투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도는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낮 보건복지부가 서울경제의 'K바이오 전략산업 키운다지만…1500억 펀드도 겨우 조성' 보도에 대해 반박한 내용을 그대로 내보낸 것으로, 계엄령 발동 직전과 직후까지도 정부 부처에서 바이오 육성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지난달 14일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 분야 주요 성과와 향후 추진계획을 브리핑하며 차세대 바이오·디지털 헬스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올해 보건의료 분야 R&D 투자 예산을 78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액했으며, 2032년까지 총 1조1628억원 규모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란 내용도 담겼다.

특히 이 계획에는 윤 정부 공약인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출범 관련 내용도 담겨 있었는데 "범부처에 걸쳐있는 바이오헬스 산업 규제 및 지원을 통합·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위원회 산하 '규제개혁마당'을 설치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끝까지 해결해 나간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첨단바이오 산업계 간담회'를 개최해 바이오 업계가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자 관련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국가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 내정자인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은 "국가바이오위원회를 통해 산업계를 포함한 바이오 전 분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부에 잘 전달하고, 정부 정책이 보다 효과적으로 수립·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 가능성은?)

그러나 이번 탄핵 정국으로 현 정부에서 추진한 모든 정책과 관련 논의에는 급제동이 걸렸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정치권 관심이 탄핵 정국에 쏠리며 당장 내년도 관련 예산안 증액도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바이오·AI(인공지능)·양자 등 3대 전략기술 관련 R&D 예산안이 삭감된 상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글로벌 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야당의 단독 감액 예산안이 혁신성장펀드와 원전산업성장펀드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예산안을 삭감하고, 출연연구기관과 기초연구·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연구개발(R&D) 예산안도 815억원이나 감액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내년 R&D 예산에 역대 최대인 29조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9조3000억원보다 4000억원 상당 늘어난 금액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등 3대 핵심 미래 산업과 12대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와 관련 업계에서는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증액이 이뤄지면 역대 최대 규모 R&D 예산인 30조원 규모가 투입될 수 있단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 대치 구도가 이어지며 민주당 단독감액안이 상정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바이오·의료 R&D(전 주기 정신건강 예방·관리 디지털플랫폼 생태계 구축)는 50억원 감액됐고, 디지털바이오육성 사업예산은 23억원 줄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운영비 지원(글로벌 TOP전략연구단 지원) 예산은 312억5000만원, 개인기초연구(글로벌 매칭형) 예산은 55억9100만원 줄었다.

당초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는 10일까지 여야 예산안 합의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계엄령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며 예산안 복원이나 증액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감액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예산 증액은 정부 권한이지만 이번 사태로 현 정부가 마비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정부 신인도 하락, 해외 자금 '악영향'

정부 R&D 예산은 제약·바이오 산업 핵심 동력 중 하나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고위험·고비용·고수익 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분야다. 특히 신약 개발에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실패 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연구는 글로벌 빅파마가 아닌 이상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따라서 정부 지원 사업은 기업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임상 시험과 허가 절차를 준비하는 데 필수적인 자원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정부 사업은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 다양한 기업과 연구 주체가 공동 연구와 기술 공유를 통해 혁신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관련 사업을 통해 스타트업과 대형 제약사 간 협업이나 글로벌 파트너 발굴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탄핵 의결은은 기업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중론이다. 현실적으로 일부 중견 바이오텍을 포함한 대다수 국내 R&D 개발 전문 기업은 정부 지원과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처지라서다. 정부 지원을 제외한 자금줄은 대부분 해외투자에 의지하는데, 탄핵 정국으로 인해 투자 유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탄핵 의결이 개별 기업과 기업이 갖춘 기술력에 대한 신뢰 저하로 직결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안정한 정국 장기화는 대외적인 정부 신인도 저하로 이어지고 기업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의 제약바이오 기업은 자칫 투자 시장에 일으킬 악영향을 우려해 겉으로는 '이번 사태와 우리 회사 사업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고충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한 바이오사 임원은 "이번 일은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정말 어렵다"면서 "사건 직후 미국 파트너사와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 정말 괜찮은 거 맞냐'는 질문이 나왔다. 신뢰 쌓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답답하다"고 우회적으로 이번 사태를 비판했다.

최근 금리가 내려가고 국산신약의 해외 진출 등 호재가 들려오며 투심 회복 기대감이 피어나던 와중 일어난 일이라 더욱 충격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현상도 감지된다.

계엄령이 해제된 지난 4일 오전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장 초반인 9시 59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86% 하락한 3225.99를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75곳으로 구성된 KRX 헬스케어 지수도 3599.92로 전 거래일 대비 2.82% 떨어졌다.

다행히 오후 들어 KRX 300 헬스케어는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80% 하락한 3261.2를, KRX 헬스케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6% 내린 채 장을 마감했지만, 외국인은 지난 4일과 5일 이틀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727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정국이 국내 기업 투자에 근본적인 저평가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한국 거버넌스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이라면서 "향후 정치 불확실성 확대 또는 북한 도발 등 한국 고유의 지정학적 불안이 확대될 때마다 원화의 민감도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뚜렷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장권 LS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리스크가 유효한 기간 동안의 불확실성은 탄핵될 확률에 비례하는 경향성이 확인된다"며 "지금이 과거 사례와 가장 다른 점은 증시 펀더멘탈이 부진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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