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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이 본격화한 가운데 연말 대목을 준비하던 식품·외식업계가 불안감에 떨고 있다. 내수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비상계엄 선포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탄핵 정국에 연말 분위기가 정치적 혼란으로 얼룩지는 분위기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던 8년 전 12월 소비심리가 위축돼 암울한 시기를 보낸 전례가 있다. 당시 모임이 줄어 외식업계의 연말 특수가 김빠진 한편 정부의 공백기를 틈타 식품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고환율로 수입 식자재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4일 새벽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0원을 넘어섰으나 현재는 1430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트럼트 대통령 당선 이후 한 차례 오른 환율은 국내 정국 불안으로 더 치솟으면서 고공행진 하는 모양새다.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며 식품·외식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가적 혼란에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데다 환율 상승에 의한 식품 원가 부담이 더해질 수 있어서다.
실제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유통업계는 약 6개월간 악영향을 받았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탄핵 당시인 2016년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6.0으로 전월 대비 6.5%포인트(p)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위로는 낙관, 아래로는 비관을 의미한다. 탄핵소추가 가결된 12월 94.3, 이듬해 1월 93.3까지 떨어졌고, 탄핵 선고 이후인 4월 회복했다.
당시 외식업계는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국내 외식업 연말 특수조사에 따르면 2016년 12월 조사대상 외식업체 709곳 중 84.1%가 전년도 같은 달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 기간 이들의 평균 매출은 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식과 송년회 등 특수를 기대하던 외식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실제 탄핵까지 장기전이 예상되고 연말 분위기가 실종될 수 있어서다.
경기도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30대 자영업자 A씨는 "체감상으론 코로나 이후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 손님 자체도 줄고 경기 침체로 이전보다 객단가가 낮아졌다. 거리가 활성화해야 사람이 몰릴 텐데 가게 폐업 속도도 빨라지는 분위기"라며 "비상계엄 이후로도 손님이 줄고 있고,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 더욱이 연말 분위기가 날 턱이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선 탄핵 가결로 정부 공백기가 장기화할 경우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 릴레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는 정부의 물가 안정에 동참해 가격 조정을 자제하고 있지만, 윤 정부가 정권 기능을 상실한 틈을 타 기습 인상에 나설 수 있어서다.
식료품은 물론 외식 물가 역시 탄핵 정국에 줄줄이 올랐다. 당시 오비맥주는 11월, 농심과 SPC그룹 파리바게뜨가 12월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편의점 CU·GS25·세븐일레븐 3사는 새해부터 소주와 맥주값을 올렸고,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당한 당일 치킨값 인상을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팜유와 같은 원재료는 해외국가와 달러 거래를 하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하루하루 소식이 다른 만큼 당장 대비할 수 있는 게 없다.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장기 경기 침체에 시달린 데다 정권이 불안정해지면서 연말 분위기를 내기 어려워졌다. 특히 서울 시내 시위와 계엄군 사진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나오면서 전반적인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답했다.
이어 "이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국내뿐 아니라 K-푸드와 같은 한류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정치적 후진성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징할 수 있지 않나"며 우려했다.
김제영 기자 zero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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