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등 4대 개혁·밸류업·세제개편 등 줄줄이 표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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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오랜 내수 부진, 내년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대비해야 할 한국 경제도 본격적인 불확실성 터널에 들어섰다. 초유의 야당 단독 감액예산안 통과로 재정운용 제약이 큰 상황에서 리더십 부재까지 맞물려 정부의 연금·노동 등 4대 개혁, 밸류업 등 역점 경제정책도 표류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무효 8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는데, 윤 대통령이 12일 담화에서 법리 다툼을 예고한 만큼 대혼돈 정국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헌재는 사건 접수 180일 내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인용 시 60일 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최장 240일의 여정이지만 이전 탄핵 사례에서는 헌재 판단까지 2~3달 걸렸다.
이 기간 정부 경제정책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여야를 넘어 중앙권력의 향배를 둘러싼 양 진영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전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계엄·탄핵 정국을 고려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 언급된 '완만한 내수회복세' 등 내수 관련 긍정 표현은 없어지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인 2016년 12월 그린북에 담긴 '소비·투자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확대 우려' 등의 표현이 참고 인용됐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탄핵으로 정부에 기대했던 정책이 중단되면 기업은 투자 등 의사결정을 미루고 소비도 줄어 경기는 더 꺾이게 된다"며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등 빠르게 돌아가는 세계 경제 흐름에 맞춰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적기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정부의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은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은 △주주환원 증가액의 법인세 5% 세액공제 △배당증가액 저율 분리과세 등 주주환원촉진세제, △상속세 최고세율 50%→40% 인하 △상속세 자녀세액공제 자녀 1인당 5000만 원→5억 원 등 상속세제 개편은 10일 본회의에서 불발됐다.
기재부가 통상 12월 중하순께 내놓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도 탄핵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경방에는 정부가 전망한 내년 성장률과 고용·물가·경상수지 등 전반적인 경제 여건을 비롯해 내년에 실행할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이 담기는데, 데드덕(권력 공백)을 넘어 정권교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맹탕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도 경방 발표가 내년 1월로 미뤄지면 기재부가 출범한 2008년, 부총리 인선 절차 지연에 따른 올해에 이어 역대 세 번째가 된다. 기재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발표 시점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정책을 밀도있게 하려다 보니 부처 간 협의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총리의 관심이 아주 큰 것으로 안다. '적당히'라는 건 없다"고 말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과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 여력도 빠듯한데 헌정사 최초의 야당 감액안 통과로 재정운용의 묘를 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예비비 2조4000억 원, 국고채 이자 상환 5000억 원, 검찰 특정업무경비 507억 원 등 4조1000억 원을 감액한 673조3000억 원 규모의 수정 예산안을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야당 안에 대해 "대내외 악재에 대응할 여력이 줄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우리 재정운용 역량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국가 신인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탄핵 가결로 고무된 민주당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추경 과정에서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법상 요건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아직 추경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을 추경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다만 내수 부양과 정상적인 주요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여당도 마냥 반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동해 가스전 개발 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 497억 원을 비롯해 청년도약계좌 출자금 260억 원, 아이돌봄 지원예산 384억 원, 혁신성장펀드·원전산업성장펀드 등 출자금 288억 원, 용산공원 사업 229억 원 등이 삭감됐다.
[이투데이/세종=정호영 기자 (moonris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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