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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사설] 尹 탄핵안 가결, 민주주의 위기 초래한 계엄을 심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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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민주주의를 훼손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윤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 선포로 군대를 동원해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 것에 대해 탄핵으로 심판한 셈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직무는 곧바로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이날 표결에서 탄핵안 통과에 필요한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를 넘는 총 20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 의원 전원이 탄핵에 찬성한 것을 전제로 할 경우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최소 12명이 탄핵 찬성에 동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을 거쳐 탄핵안 부결 당론을 그대로 유지했으나 1차 탄핵안 표결 때와는 달리 표결에 참여했다.

지난 3일 밤과 4일 새벽에 벌어진 ‘6시간의 계엄 파동’은 한국 민주주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안보 불안도 가중됐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AP통신)’이자 ‘이전의 어두운 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도(워싱턴포스트)’라고 지적했다.

이번 비상계엄은 헌법에 규정된 계엄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헌법 77조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국회의 정치 활동 금지, 전공의 등 포고령 위반시 처단 등의 내용이 담긴 ‘계엄 포고령’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진입시켜 계엄 해제 결의 저지와 선관위 서버 복제·탈취 등을 시도한 행위는 헌법기관의 권능을 훼손해 형법 87조 ‘내란죄’, 형법 91조 ‘국헌 문란’에 해당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관련자들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도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의원들) 다 잡아들여, 계엄범 위반이니까 체포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여야 대표 등 14명가량을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가 가동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를 위치 추적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계엄 선포의 위헌·불법성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잇따르는데도 윤 대통령은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7일 대국민 사과 담화로 고개를 숙이는 듯하더니 12일 담화에서는 탄핵과 수사에 맞서겠다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은 ‘방탄’을 노린 거대 야당의 탄핵·입법·예산 폭주 등을 거론하면서 ‘내란이 아닌 국회 경고용 통치행위 ’라고 주장했다. 거대 야당의 횡포가 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회를 포함한 정치 문제 해결을 위해 군을 동원한 것은 어떤 이유와 논리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으므로 헌법재판소는 법리와 원칙에 따라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치 불확실성이 길어질 경우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경제난이 더 심화될 수 있으므로 헌재는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또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과 법원이 계엄 계획 및 실행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수사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군 동원 정치’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계기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정치 불안이 경제·안보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국제 정세 급변 속에 정치 불안이 장기화하면 경제·안보 복합위기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정국 수습과 국론 분열 치유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또 군통수권·외교권, 인사권을 비롯한 내치 등의 대통령 권한을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은 총리에게 이관하는 것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여야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을 의식한 정략적 대결에 매몰되지 말고 국정 정상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여당은 두 번째 보수 대통령 탄핵의 아픈 교훈을 되새겨 친윤계·친한계의 집안 싸움을 멈추고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거대 야당도 ‘수권정당’이 되려면 국무위원·검사 탄핵 남발과 포퓰리즘 입법 강행을 멈추고 경제·민생 살리기 법안 처리에 앞장서야 한다. 엄중한 사법처리와 전면적인 정치 쇄신 등으로 계엄 사태 수습을 제대로 하고 경제 위기 극복과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 국력을 결집해야 대한민국을 재도약시킬 수 있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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