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단순한 오해일까 심상치 않은 기류일까. '캡틴'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이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을 무시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토트넘 소식을 다루는 '토트넘 뉴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의 미래는 레인저스전 손흥민의 행동 이후 의심에 빠졌다. 주장 손흥민은 레인저스와 1-1로 비긴 뒤 포스테코글루를 무시하는 듯 보였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지난 13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6라운드에서 레인저스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토트넘은 공식전 5경기째 승리하지 못했다. 지난달 맨체스터 시티전 4-0 승리 이후 3무 2패에 그치고 있다. UEL 리그 페이즈 순위는 승점 11로 9위. 레인저스와 승점은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밀렸다.
올 시즌부터 개편된 UEL은 상위 8팀까지 16강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토트넘이 여기서 더 순위를 끌어올리려면 남은 두 경기에서 승리해야 한다. 토트넘은 호펜하임, IF 엘프스보리와 맞대결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부상 병동'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 티모 베르너-제임스 매디슨-브레넌 존슨, 이브 비수마-로드리고 벤탄쿠르, 데스티니 우도기-라두 드라구신-아치 그레이-페드로 포로, 프레이저 포스터가 선발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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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던 손흥민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휴식이 필요한 도미닉 솔란케를 벤치에 앉히고, 손흥민을 중앙에 배치하는 선택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용병술은 실패로 끝났다. 손흥민이 스트라이커로 나섰지만, 최전방에서 공을 잡기조차 어려웠다. 베르너와 존슨 둘 다 공을 갖고 있을 때보다는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데 강점이 있기에 좀처럼 소유가 되지 않았다. 측면까지 잘 연결해도 빠르게 크로스를 올리는 데 급급했다.
손흥민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부지런히 뛰며 전방 압박을 이끌었으나 공격 시에는 집중 견제에 막혔다. 전반 12분 골키퍼에게 막힌 장면을 제외하면 슈팅 기회도 없었다. 베르너와 존슨에겐 몇 차례 좋은 패스가 전달됐지만, 손흥민에게까지 이어지지지 못했다.
토트넘으로선 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토트넘은 후반 2분 함자 이가마네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30분 데얀 쿨루셉스키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양 팀은 이후로도 승점 3점을 위해 슈팅을 주고받았으나 더 이상 골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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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할 수 없는 졸전이었다. 서로 실수가 잦은 어수선한 경기 속에서 레인저스가 더 날카로운 모습을 자랑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슈팅 수(15-12)와 유효 슈팅(6-3), 큰 기회(2-0) 둘 다 레인저스가 압도했다. 기대 득점(xG)도 레인저스는 1.49를 기록했지만, 토트넘은 0.87로 1골도 되지 않았다. 선방 5회를 기록한 포스터가 아니었다면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경기 후 제임스 맥패든은 "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셀틱 경기를 많이 봤다. 같은 종류의 주제와 연극 구절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리 많진 않았다. 자신감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확실히 신선함이 부족하다"라며 "포스터가 몇 차례 뛰어난 선방을 펼쳤다. 토트넘은 질 수도 있었지만, 포스터 덕분에 피했다"라고 지적했다.
레인저스 출신 닐 맥켄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레인저스는 전적으로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토트넘은 1-1이면 기뻐해야 한다. 레인저스가 토트넘을 정말 놀라게 했다. 모든 면에서 정말 놀라웠다. 단순한 번뜩임이 아니었다. 일관적으로 위협을 가했다"라며 레인저스가 훨씬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짚었다.
입지가 더욱 위태로워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리그에선 11위까지 추락했고, UEL 무대에서도 초반 3연승 후 3경기째 승리가 없기에 이상한 일도 아니다. 영국 '익스프레스'도 "토트넘의 잊고 싶은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포스테코글루의 경질 압박이 한층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암울했던 경기력은 후반에 개선됐지만, 토트넘에 1-1 무승부는 후한 결과일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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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주장 손흥민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외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소셜 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드라구신과 손흥민 옆에서 무언가 열심히 외치며 따라갔다. 그러나 손흥민은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쭉 걸어나갔다. 이 때문에 불화설이 나오고 있는 것.
토트넘 뉴스는 "포스테코글루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은 후 손흥민과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감독 말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라며 "포스테코글루가 토트넘 라커룸을 잃어버렸을까? 감독이 선수들의 지지를 잃으면 보통 라커룸에서 마법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또한 매체는 "손흥민은 클럽 주장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 리더다. 경기 직후 그가 포스테코글루를 노골적으로 무시했다는 사실은 감독에게 걱정스러운 신호다. 포스테코글루가 베르너를 비난한 사실을 함께 고려하면 반전을 이루기 위해선 기적 같은 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풋볼 런던' 역시 "짧은 영상이고, 이전에 포스테코글루과 드라구신과 대화를 나눈 적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 감정적인 손흥민과 포스테코글루의 커넥션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라며 "토트넘 선수들이 벌써부터 포스테코글루를 배웅하는 게 아니라면 리더십은 그가 해결해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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