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뜨거워지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경쟁
국내 제약사, 비만 치료제 시장에 출사표
최인영 한미약품 연구개발 센터장
2026년 출시 목표로 효능-안전성 확인 마쳐… AI 활용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집중
국내에서도 비만 치료제 후발 주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미약품,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대원제약 등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대부분 초기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그중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한미약품이다. 지난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비만 치료제를 꼽은 한미약품은 ‘H.O.P(Hanmi Obesity Pipeline·한미 비만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과체중, 고도 비만 등 비만 환자를 세분화하고 편의성을 높이면서 부작용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목표에 맞게 총 6개 영역에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이 중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비만 치료제 및 향후 개발 전략에 대해 최인영 한미약품 연구개발(R&D) 센터장(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어디에 주안점을 둔 치료제인가.
“가장 큰 형님 격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고비, 젭바운드와 같은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다. 현재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2026년 하반기(7∼12월) 출시가 목표다. 과체중∼비만 1단계 환자에게 최적화된 체중 감량 효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등 서구권 나라들과는 다르게 체질량지수(BMI)가 25∼30 미만인 과체중∼비만 1단계에 해당하는 인구가 전체의 32.3%이다.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은 약 7%밖에 되지 않는다. 과체중 구간에 있는 사람들의 목표 체중 감량은 10∼15%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고,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예상 체중 감량 효능과 유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 맞춤형 비만 치료제’인 셈이다.
앞서 진행한 4000명 규모의 글로벌 심혈관계 안전성 연구에서 주요 심혈관계, 신장 질환 사건 발생 위험을 약 35% 낮췄다. GLP-1 계열 약물 중 최고 수준으로, 기존의 비만 치료제와 뚜렷한 차별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부작용 위험은 어떤가.
“에페글레나타이드에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약물 지속형 플랫폼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됐다. 약물이 체내에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이 기술을 적용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기존 GLP-1 치료제 대비 체내 흡수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런 특징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장관계 부작용 위험이 낮다. 투여 횟수도 현재는 주 1회 투여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앞선 임상 2상에서 2주 1회, 월 1회 투약 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향후 투여 주기를 늘리는 것도 고심 중이다.
추가적으로 부작용 발생 시점에 대한 예측과 대응 방법을 안내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사용한다면 부작용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뒤를 잇고 있는 ‘HM15275’ ‘HM17321’은 어떤 파이프라인인가.
“HM15275는 GLP-1뿐만 아니라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세 가지 수용체에 최적화된 3중 작용제다. 하나의 물질이 세 가지 수용체에 모두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여러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다중 작용제의 경우 효능이 개선되는 만큼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한미약품은 HM15275가 세 가지 수용체에 균형 있게 작용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령 GCG의 작용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또, GIP 비율이 낮으면 GLP-1의 위장관계 부작용을 충분히 개선하지 못한다. 즉, 충분한 체중 감량과 함께 부작용을 개선하려면 수용체 작용 비율을 정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가장 최근에 공개한 HM17321은 기존 비만 치료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근육 감소를 보완한 파이프라인이다. 이 물질은 한미약품 R&D센터의 인공지능 및 구조 모델링 플랫폼 HARP(Hanmi AI-driven Research Platform)를 활용해 설계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 시험에서 지방을 감량하면서도 근육을 늘리는 효과를 확인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임상 1상, 2027년 상반기(1∼6월)에는 임상 2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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