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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트럼프에 줄대라”… 日 전·현 정부 총출동, 네타냐후는 배우자 급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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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겨냥 치열한 외교전

조선일보

뉴욕 증권거래소 찾은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앞줄 왼쪽에서 넷째)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배우자 멜라니아 트럼프(트럼프 오른쪽) 여사가 12일 오전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증시 개장을 알리는 타종 행사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날 타종식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트럼프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을 기념해 치러졌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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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지금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를 만나 협상을 시도할 정치 지도자가 없다.” 한·미 관계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2일 CSIS의 온라인 대담에서 “최근 만나본 트럼프의 전직 참모들은 ‘취임 첫 100시간 안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많은 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시점에 지도자 간 개인적 유대는 매우 중요한데, 한국엔 이 일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은 한미 동맹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계엄 사태로 적극적 외교가 어려운 한국과 달리 세계 주요국 지도자와 정부는 트럼프 ‘2기’에 대비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가능한 모든 인맥을 동원해 트럼프와의 대화를 추진하고 트럼프를 한 번이라도 만나 관계를 다지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미국과 독자 노선을 표방했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더 강해져 돌아온 트럼프와 접점을 늘리려 애쓰고 있다. 지난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트럼프를 초대해 환대하며 관계를 다진 것이 대표적이다. 폭스뉴스는 “트럼프는 마치 이미 대통령이 된 것 같은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마크롱은 트럼프와 만나 “프랑스인들이 5년 만에 당신을 다시 맞이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진영


마크롱과 트럼프의 만남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함께 했다. 그는 앞서 지난 9월 27일 미 뉴욕의 유엔본부 방문 당시 뉴욕 트럼프 타워를 찾아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를 만났고, 지난 7월과 11월 직접 통화를 하기도 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의 태도에 불안감을 표출해 왔지만 당선 후엔 “트럼프는 단호한 지도자” “(트럼프가 주장하는) ‘힘에 의한 평화’는 가능하다”며 그를 추켜세우고 있다.

트럼프 2기에 대비한 유럽의 공동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 동맹국들은 최근 별도 논의를 통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대인 국방비 지출 목표를 3%까지 높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트럼프가 최근 “나토 내 유럽 국가들이 충분한 방위비 분담을 하지 않으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선제 대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0월 이후 하마스(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 단체)를 비롯한 중동의 이슬람 세력들과 전쟁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도 트럼프를 ‘확실한 아군’으로 굳히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선 넉 달 전인 지난 7월 플로리다 마러라고의 별장을 직접 찾아 트럼프를 만난 데 이어, 지난 1일엔 자신의 배우자 사라 네타냐후를 다시 플로리다로 보내 트럼프를 만나게 했다. 자신의 부패 혐의 재판으로 출국이 막히자 부인을 대신 보냈다. 네타냐후는 여러 경로를 통해 트럼프에게 이스라엘의 앞으로 계획을 계속 설명하며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일본은 전·현 정부가 총출동해 트럼프와의 관계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내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방미해 트럼프와 회담을 하려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1기 때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트럼프와 각별히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전 정부 인사들까지 발 벗고 나섰다. 지난 5월엔 아베의 최측근으로 트럼프와 여러 차례 만났던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일찌감치 뉴욕을 찾아 트럼프와 회담했고, 이제는 아베 전 총리의 배우자인 아키에 여사도 뛰고 있다. 아키에 여사는 이르면 14~15일쯤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의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와 만나고 트럼프와도 면담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졌다.

트럼프가 반복해서 적대감을 드러내온 중국은 ‘생존 전략’ 짜기에 뛰어들었다. 트럼프가 대중(對中) 제재 강화를 공언한 만큼 미·중 간 무역·기술 전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중국은 미 대통령 선거 기간 중 트럼프 캠프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트럼프 ‘1기’ 당시 주미 중국 대사를 지낸 추이톈카이(崔天凱)를 보냈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취임식에 초청했지만, 참석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 외교적으로 한국·일본 등 미국의 우방들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각종 경제 부양책을 통해 무역 분쟁에 따른 경기 하락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관세를 최고 25%까지 올리겠다고 시사한 접경국 캐나다·멕시코의 정상들도 트럼프 ‘달래기’에 나서는 한편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 발언이 나온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9일 마러라고 별장을 찾아 트럼프와 만찬을 하면서 관세 등 현안을 논의했다. 트럼프는 회동 후 소셜미디어에 “매우 생산적인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한편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등을 이유로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도 취임식 이전에 트럼프와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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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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