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 진단 땐 6개월마다 검진
40세 이후엔 위·대장 내시경 필수
백신은 바이러스 감염 뒤 효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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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발병하지 않는다. 서서히 세포에 이상이 생겨 악화하다 암 전 단계를 거쳐 진행한다. 긴 세월에 걸친 생활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간암·대장암·위암·자궁경부암은 국가암검진 항목에 해당할 만큼 흔히 발생한다. 마지막 위험 단계에서 문제를 발견해 적절한 대처에 나선다면 암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암 전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할 치료·예방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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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선행 질환 간경변증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주는 선행 질환은 간경변증이다. 정상적인 간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상태다. 간에 만성적인 염증이 일어나고, 섬유성 변화가 생기면서 간의 형태가 울퉁불퉁해진다. 다행히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위험 요인이 분명하다. 과도한 음주 등으로 지방간에서 간염,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가는 수순을 밟는 게 일반적이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이 나타난다. 주요 원인으로는 B형·C형 바이러스 간염과 음주,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이 있다.
간은 웬만큼 손상되더라도 별다른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정기 검진을 통해 간 건강 상태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현명하다. 간 초음파 검사로 간의 모양 변화와 국소 병변을 관찰한다. 일부 비만이거나 간경변증으로 인해 초음파 검사가 충분하지 않다면 CT나 MRI 검사를 병행할 수 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손효문 부원장은 “만 40세 이상이면서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이거나 연령에 상관없이 간경변증을 진단받았다면 6개월 단위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는 정기적으로 간암 종양 지표 등의 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되는지, 새로운 병변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경변증 치료의 목표는 섬유화의 진행을 막고 간 기능 저하를 최대한 늦추는 데 있다. 무엇보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B형 간염과 만성 C형 간염의 경우 약물을 통해 치료한다.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데, 접종 이후엔 체내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C형 간염은 백신이 없다. 혈액·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하며 발병 시 바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음주는 간 손상을 부르는 주범이다. 알코올성 간 질환이 발생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반드시 절주를 실천해야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과 관련 있어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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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씨앗인 대장 용종 제거
대장암은 대부분 용종 단계를 거쳐 생긴다. 대장암의 씨앗인 용종만 잘 제거하면 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대장 내시경 검사가 대장암 조기 진단과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 대장 상태를 내시경으로 꼼꼼히 살피면서 용종이 자라지 못하도록 싹을 제거한다.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후부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대장암 가족력이나 증상이 없고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정상이면 다음 검사 시기는 5년 이후가 적절하다. 대장 용종을 제거했다면 개수·크기·종류에 따라 추적 검사 주기가 달라진다. 보통 용종이 1~3개 발견되면 3년 이내, 10개 이상이면 1년 후 재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땐 나이와 관계없이 즉시 검사를 받는다.
특히 최근엔 20~40대 젊은 대장암 환자 수가 늘었다. 젊은 대장암은 대부분 안 좋은 생활습관 때문에 발생한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활을 하느냐가 대장암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지방 음식은 대장 건강의 최대 적이다. 소고기·돼지고기 등 붉은색 고기와 소시지·햄·베이컨 같은 가공육을 주식으로 섭취하면 위험하다. 붉은 육류 섭취는 일주일에 520g으로 제한하면서 부족한 단백질은 닭고기·생선·달걀로 보충하는 것이 좋다. 고기를 구울 때 탄 부분이 있다면 잘라내서 먹고, 채소를 곁들인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대장항문외과 임대로 교수는 “스트레스와 지나친 공복은 소화액 분비를 자극해 장벽을 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식사와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실천하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해 면역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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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도 전 단계 위 선종 주의
위암도 전 단계가 있다. 대장암의 용종과 같은 위 선종이 그렇다. 위 점막에 발생하는 위 선종은 분화도(변이 정도)에 따라 저등급 이형성증과 고등급 이형성증으로 나뉜다. 고등급 이형성증의 경우 절반 이상이 위암으로 진행해 암의 전 단계로 여겨진다. 위 선종 세포가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가 망가져 암세포로 바뀌는 것이다. 위암은 손상된 위 점막이 위축되거나 위 점막 세포가 소장·대장의 점막 세포와 비슷한 모양으로 바뀌면서 진행한다. 따라서 위 선종을 발견하면 모두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위 선종이 있다고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을 위해선 위 내시경 검사가 필수다. 40세 이상이라면 국가암검진을 통해 2년마다 검사를 받을 수 있다. 40세 미만이라도 위암 검진을 원한다면 위 내시경 검사가 권장된다.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 등 위암 고위험군이라면 특히 검진에 힘쓴다. 식습관도 점검해 봐야 할 주요 항목이다. 맵고 짠 음식처럼 자극적인 식습관에 노출돼 있다면 당장 고쳐야 한다. 불규칙한 식습관을 지양하고, 음식은 가급적 조미하지 않은 상태로 식품 본연의 맛과 향을 담백하게 즐긴다. 또한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면 미리 제균하는 것이 이롭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박수비 교수는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과 위험 발병률을 봤을 때 헬리코박터균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며 “당장 제균하지 않는다고 큰일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10~20년 헬리코박터균을 갖고 있으면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등이 생겨 위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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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전 단계 자궁경부 이형성증
자궁경부 이형성증은 자궁경부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단계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된 후 자궁경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상태를 말한다. 즉 이형성증은 정상과 종양 중간에 있는 암 전 단계로 분류된다. 사춘기 이후 여성 전 연령대에 걸쳐 발생할 수 있으며, 25~35세 여성에게 흔히 발병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산부인과 경민선 교수는 “HPV는 감염돼도 대부분 2년 안에 자연적으로 사라지지만, 약 10%는 남아 있어 자궁경부 이형성증을 유발한다”며 “기저 질환이 많은 환자일수록 HPV가 사라지지 않고 자궁경부 이형성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궁경부 이형성증은 총 3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서는 대부분 경과 관찰을 하지만, 2단계부터는 치료가 필요하다. 자궁경부를 원추 모양으로 절제하는 원추절제술 등을 받는다. 중증인 3단계에서는 자궁 절제술 등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질환이 그렇듯 이형성증이 있어도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가끔 비정상적인 출혈이 나거나 성교 시 약간의 질 출혈과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이형성증과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 세포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자궁경부암 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마다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12세 이하는 무료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은 유일하게 원인이 밝혀진 암종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80~90%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걸린 뒤에 접종하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일찍 맞을수록 좋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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