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퇴진한 지 9일 만이다.
바르니에 전 총리 축출 때 선봉에 섰던 극우 성향 포퓰리스트 정당 국민연합(RN)은 바이루 총리에 대해 즉각적인 불신임에 나서지는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새 내각 구성 작업은 일단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바르니에 전 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2025년도 예산안을 놓고 정부와 야당이 다시 대치 국면에 들어서게 될 경우 내각 불신임 사태가 또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5년 예산은 내년 초 의회 심사·표결을 거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프랑수아 바이루 신임 프랑스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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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엘리제궁) 성명을 통해 "바이루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고 새 정부 구성의 임무를 맡겼다"고 밝혔다.
바이루 총리는 올 들어 네 번째 프랑스 총리이자 마크롱 대통령 집권기를 통틀어서는 여섯번째 총리가 됐다.
당초 마크롱 총리는 바이루 카드를 고려하지 않았지만 바이루가 총리직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바이루에게 총리로 임명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한 후 두 사람이 긴장된 회동을 가졌다"면서 "바이루는 만약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범여권에서 이탈하겠다고 압박했고, 결국 마크롱이 그를 총리에 임명했다"고 말했다.
바이루 총리에 대한 야권 반응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 내 최대 세력인 극좌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즉각 바이루 총리에 대한 불신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야권 내 최대 세력인 좌파 연합(180여석)은 지난 7월 총선 승리 이후 줄기차게 "좌파 정당 출신을 총리에 앉히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반해 국민연합은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는 "바이루 총리에 대한 즉각적인 불신임안을 제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루 총리의 임기가 그렇게 길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합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마린 르펜 원내대표는 이날 "새로 총리가 된 바이루는 야당의 예산 요구를 잘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임 바르니에 내각처럼 불신임돼 쫓겨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루의 첫 번째 시험은 2025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새해 초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계 안팎에서는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서 바이루 내각이 내년 7월까지 생존해 주기를 바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헌법은 대통령이 1년에 한 번만 의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크롱은 지난 6월 의회를 해산했고, 총선은 7월에 실시됐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이 또 한번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는 내년 여름까지 바이루 내각이 버텨줘야 하는 것이다.
한편 바이루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든든한 동맹(close ally)'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 2002년과 2007년, 2012년 대선 후보로도 나선 경력이 있지만 2017년에는 마크롱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대선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그를 첫 법무장관에 임명했지만 의회 보좌관 허위 채용 의혹으로 사임했다가 올해 초 무죄 판결을 받았다.
ihjang6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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