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12.12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이를 의원총회에서 공개 제안한 데 대해,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이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절차"라며 "이런 것을 최근에 너무 지키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최고위원은 1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개인적으로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당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어떤 결정을 하거나 발표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했으면 하는 생각이 늘 있었다"며 "이번에도 '탄핵 찬성' 발표를 한 대표 개인적으로 하는 것인지 당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인지에 많은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바로 직전에 최고위 회의가 열렸는데 한 말씀도 하지 않았다. 그런 발표를 한다는 것에 대해 의견을 구하거나 최고위원들에게 통보를 하는 정도의 귀띔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는 우리 당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내부 투쟁과 성찰의 결과물이고 당을 이끌어온 많은 선배들이 쌓아온 민주적 성과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속담에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서는 안 된다'고 했잖나. 정치는 더더욱 많은 사람의 동의를 구해가는 과정인데 이런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것 같다"며 "우리 당은 사실 과거에 당 대표가 당을 전횡해서 망해버린 경우가 있었다"고 경고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12.12 대국민담화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후에 실질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처음 밝힌 것 같다"며 "여론이 80% 가까운 국민들은 대체로 부정적이고 20% 정도 되는 지지자들도 좀 있다. 탄핵에 대해서 반대하는 분들 또는 비상계엄에 대해서 비교적 수긍한다는 분들(인데), 대통령은 아마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을 향해서 그동안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지 못했으니까 설명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고 별다른 비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론이 워낙 안 좋으니까 긴급담화문에 대해서도 좀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한 마디 덧붙인 것이 전부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12.12 담화에 대해서는 야당과의 대화·설득 과정을 무력 제압으로 대체하려 함으로써 수십 년 한국 민주주의 성과를 후퇴시켰고 집권세력의 정치적 생명을 스스로 끊은 일이라는 비판이 많다.
한편 김 최고위원은 친윤계 권성동 원내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뒤, 탄핵안 가결 등의 경우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해 한동훈 지도부 체제를 붕괴시키고 '권성동 비대위'를 띄우려 할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 "글쎄요"라며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김 최고위원은 "다른 최고위원들의 생각을 잘 모른다. 제가 특별히 상의를 한 적도 없고"라며 "김민전 최고위원께서 사퇴하겠다고 하셨으니 나머지 3명이 사퇴를 더 해야 비대위로 전환되는데, 저는 아직까지 그에 대해서 별다른 결정을 한 적이 없어서 저를 빼고 나머지 네 분이 사퇴하면 당연히 비대위로 가겠죠"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 대표는 탄핵 찬성이 소신이지 않느냐. 제가 보기에는 탄핵이 가결된다고 해서 사퇴할 것 같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도부 붕괴설에 대해 친한계는 선을 긋고 있다.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동혁 최고위원이 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얘기했다. 장 최고위원과 개인적으로 소통한 결과 '사퇴하는 일은 없을 거다'라는 얘기를 제가 들었다"며 "대통령 담화를 보고는 사퇴 안 하는 쪽으로 기류가 선회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당 대표와 6명의 최고위원(이 가운데 1명은 지명직), 당연직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선출직 최고위원이 4명 이상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다(당헌 96조 규정). 선출직 최고위원은 친한계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과 친윤계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이다. 친윤계만으로는 현 지도부를 붕괴시킬 수 없어, 친한계이지만 '탄핵이 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장 최고위원의 거취가 주목받아왔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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