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내사령탑 선거 의총에서 계파 갈등 폭발
尹 대통령 담화 이후 오히려 국힘 분열 양상
방송인 김어준 씨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사살하려는 계획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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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저마다 바쁜 연말,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연히 거리로 나서고 있다. 국가 정상화와 민주주의의 회복을 외치고 있다. 8년 전처럼. 많은 시민이 하나하나의 세포가 돼 스스로 매우 혼탁한 정국을 자정하고 있는 듯하다. 12·3 비상계엄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깜짝' 대국민 담화 이후 오히려 국민의 분노는 더욱 거세진 모습이다. 민심이 이러한데도 집권당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을 앞두고 집안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그 사이 계엄 선포 이후 작전에 나섰던 군 지휘관들은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 등을 증언하며 내란 혐의를 뒷받침하고 있다.
-수사의 칼날이 정점인 윤 대통령을 향하는 가운데 우리 외교는 비상이 걸렸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출국금지에 따른 영향이 크다. 세계 정세가 하루하루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가 수반의 행동 반경은 국내로 제한된 상태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크게 흔들리고 있고, 악화한 민생은 좀처럼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불투명하다. 퇴진을 거부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표결은 14일 오후 4시 본회의에서 진행된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13일 '한동훈 사살' 제보를 공개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바이든-날리면' 해명했던 것을 풍자한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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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한동훈 사살' 제보 주장…뜬금없이 소환된 김은혜
-방송인 김어준 씨 발언에 시선이 쏠리고 있어.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그는 12 ·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군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한 뒤 사살하려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어.
-놀랍긴 해. 다만 김 씨는 사실관계 전부를 다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어. 제보 출처 역시 "국내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만 했어. 이후 제보 출처를 둘러싼 다양한 추측과 보도가 나오고 있어.
-한 대표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어. 대신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우리 당을 흔들려는 얕은 심산"이라며 정치적 저의를 의심했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면서도 "충분히 그런 계획을 했을 만한 집단"이라고 말했어.
-그런데 뜬금없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소환됐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 의원 사진과 함께 '대통령실 해명 예상'이라는 글이 올라왔어. "자세히 들어보십시오. '한동훈은 사살해라'가 아니라 '한동훈은 살살 해라'였습니다"라는 내용이야.
국민의힘 의원들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의 '윤석열 대국민담화' 비판 발언을 듣고 모습. 친한계 장동혁 의원은 허리를 숙여 고개를 떨궜고, 소장파 김재섭 의원은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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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 뭐하는 거야"…이수라장 된 與 원대 투표장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를 뽑는 의원총회장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응. 국민의힘은 12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퇴를 표명한 추경호 전 원내대표 후임을 선출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어.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한동훈 당대표의 인사말이 시작되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어. 한 대표가 앞서 나온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두고 "지금 상황을 반성하는 게 아니라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고성이 터져 나왔어.
-한 대표가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하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을 이어가자 "사퇴하라", "무엇을 자백했다는 말씀인가", "그만하고 내려와라" 등 거센 반발이 나왔어. 한 대표는 물러서지 않고 소리 지르는 의원들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하실 말씀 있나. 일어나서 말씀하시라"고 맞불을 놨어. 공개된 자리에서 계파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된 거야.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총회 직전에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비판하자 임종득 의원(왼쪽)이 반발하며 항의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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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원들은 잠자코만 있었어?
-친한(친한동훈)계 일부 의원들은 일어서서 한 대표에게 고성을 지르는 친윤계에 "앉으라"고 했어. 일부 의원은 "비공개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전환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지. 기자들이 다 들어와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겠지. 하지만 "공개로 하자",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어. 의총장이 난장판으로 변하자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과 최근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견해를 밝힌 김재섭 의원은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상황을 외면하기도 했지. 윤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두고 당이 둘로 쪼개진 모습이야.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퇴진을 거부했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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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명분 직접 만든 尹, 가결 동력까지 제공
-윤 대통령이 5일간의 침묵을 깨고 국민에게 내놓은 메시지가 오히려 국민의힘의 탄핵 반대 단일대오를 흐트러트리고 있다고.
-윤 대통령은 12일 공개한 대국민담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어. 7일 국회의 첫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당에 향후 거취를 일임하겠다고 발표한 지 닷새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놨어. 그런데 담화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을 설명하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채우면서 탄핵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는 평가야. 한동훈 대표가 거의 비슷한 시간 따로 입장을 발표하면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전혀 여당과 공유가 되지 않았던 걸로 보여. 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권성동 의원도 대통령의 발표를 보면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어.
-윤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시종일관 야당을 비난하며 비상계엄 선포도 야당 탓으로 돌렸어. 지난해 선관위가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선거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표했어. 이를 두고 대통령이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어. 담화에 사용한 표현도 '광란의 칼춤'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괴물' '반국가세력' '의회 독재와 폭거' '당국적 국헌문란 세력' 등 원색적인 비난이 많아 대통령의 담화로서는 격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어. 또 분노와 실망으로 가득한 국민에게 사과는 단 한 문장뿐이었어. 거취에 대해서는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서겠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며 하야 요구에 선을 그었는데, 탄핵을 원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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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담화 이후 여당의 탄핵 단일대오에 균열이 커지는 분위기야. 공식적으로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의원은 7명으로 늘었고, 새로 선출한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동훈 대표에게 공세를 퍼부으면서 당 전체가 삐걱대고 있어. 자연히 14일로 예정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아.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키면서 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명분을 만들어 준 데 더해 이번 담화로 여당의 균열을 키워 탄핵 가결의 동력까지 제공한 꼴이 됐어. 사실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에서는 몇몇 의원들이 탄핵을 주장하기는 했으나 지도부나 당론 차원에서는 탄핵까지는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어.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도 갑론을박이 있었고, 국민에게도 7년 전 대통령 탄핵의 트라우마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추진하기엔 부담이 컸던 거지. 또 비상계엄 사태 이후 들끓는 탄핵 여론에도 여당은 이번 담화 전까지는 단일대오를 비교적 단단히 유지하면서 두 번째 탄핵 표결도 방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어. 그런데 이번 담화로 대통령에 대한 실망도 커지고 탄핵 여론이 더욱 거세지면서 여당 의원들도 무작정 당론을 따르기엔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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