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분실된 경찰 테이저건, 오산서 회수…“폐지노인이 주워”
18시간 넘게 60대 노인이 신형 테이저건 소지…무기류 불감증
지난 7월 같은 경찰서 소속 지구대에선 ‘동전 던지기’로 특진
경기남부청, 2019년 급격한 지구대 확대…최근 ‘통합’ 움직임
13일 경찰에 따르면 수원남부경찰서 곡선지구대 소속 경찰관 A씨는 전날 오전 5시30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복귀하다가 차고 있던 테이저건을 분실한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수원시 권선구의 한 버스정류장에 노인이 누워있다는 신고를 받고 나가 보호조치를 한 뒤 지구대로 복귀하기 위해 순찰차에 탑승하면서 테이저건을 총집째 떨어뜨려 잃어버렸다.
경기남부경찰청.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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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저건은 전날 오후 11시55분쯤 오산시 오산대교 인근에 있던 60대 남성 B씨로부터 회수됐다. 경찰은 관제센터의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A씨로부터 보호조치를 받던 B씨가 테이저건을 주워 자신의 가방에 넣고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그의 동선을 추적해 테이저건을 돌려받았다.
분실됐던 테이저건은 2발 연속 발사가 가능한 신형 ‘테이저7’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분실 당시 상태 그대로 회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일정한 주거 없이 폐지를 주우며 생활해 찾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며 “점유이탈물횡령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같은 수원남부경찰서 소속 인계지구대 C 근무팀이 상반기 특진을 앞두고 ‘동전 던지기’로 특진자를 선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해당 근무팀은 경찰청 상반기 팀 특진 선발대회에서 전국 2등으로 입상했고, 부상으로 경위 이하 계급별로 1∼2명씩 총 6명의 특진 권한을 받았다. 이에 올해 7월 해당 근무팀에서 특진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계급에 직원 여러 명이 있는 게 화근이 됐다. 같은 계급인 D씨와 E씨는 각각 외근과 내근 업무에서 다른 성과를 내 누가 더 높은 성과를 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찰 로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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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사람은 동전 던지기로 특진자를 정하기로 합의하고, 다른 직원이 보는 앞에서 동전을 던졌다. 이는 해당 사례에 명확한 특진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 안팎에선 제도 자체가 희화화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해당 지구대들과 경찰서는 모두 경기남부경찰청 소속이다.
앞서 경기도에선 2019년 예산 확충에 따라 경찰서와 지구대·파출소 확대를 위한 경쟁이 벌어진 바 있다. 양주 옥정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구리 갈매지구, 시흥 목감지구, 용인 서천지구 등에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신설 움직임이 일었고, 원도심 지구대·파출소 역시 공간을 넓혀 이전하거나 노후화 등을 이유로 새 청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근시안적 행정은 최근 지구대·파출소를 통합하는 중심지역관서제 도입과 함께 역풍을 맞고 있다. 이 제도는 수원남부경찰서의 영동지구대와 태장파출소, 분당경찰서 서현지구대와 수내파출소, 김포경찰서 고촌파출소와 김포터미널파출소에서 시범 운영됐다.
일각에선 민원담당 기관으로 전락한 지구대·파출소에 대한 인원 재배치와 재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12 신고에 따른 정확하고 적법한 사건·사고 대응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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