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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탄핵, 그리고 다음 채우려”…국회 표결 전야 15만명 여의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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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3일 저녁 8시께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체포! 탄핵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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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게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우리 세대는 배웠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두눈 뜨고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더 이상 관망하고 지켜볼 수는 없습니다.”



13일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윤퇴청)의 이재정 대표는 청년들이 광장에 나오는 이유를 ‘다음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사기 보상을 받지 못한 청년, 반복되는 사건에 군 복무가 불안한 청년, 정규직 전환에 불안을 느끼는 청년, 디지털 성범죄에 불안을 느끼는 청년, 결혼 제도조차 보장받지 못한 청년들”을 호명한 뒤, “내일 반드시 탄핵을 이뤄내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역사의 다음 페이지를 채워나갈 것”이라고 외쳤다. 다양한 연령, 다채로운 모습을 한 서로 다른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환호했다.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응원봉과 촛불을 든 시민 15만명(주최쪽 추산)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 빼곡히 모여들었다.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탄핵안 표결 불참을 지켜 본 시민들은, 지난 일주일 구체화 되는 내란 정황과, 그런데도 탄핵을 이야기 하지 않는 국민의힘, 윤 대통령의 황당한 대국민 담화를 잇달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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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6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에서 직접 만든 털모자를 무료 나눔한 고1 학생 신아무개(16·왼쪽)양과 김아무개(16)양.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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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속이 답답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직장인 박지빈(59)씨는 지난 일주일을 “심장이 조여온 날들”로 회상했다. 그는 “내란 사태가 있었던 지난 3일에는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에 들지 못했고, 4일부터는 소리라도 질러야 병에 걸리지 않을 같아서 국회 앞으로 계속 나왔다. 이런 나라를 어떻게 미래세대에게 물려주나 싶은 무기력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김주현(41)씨도 “탄핵이 꼭 돼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왔다. 특히 어제 대통령 담화에서 자기가 뭘 잘못한지도 모르고, 야당과 국민 탓만 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마지막 기대를 거는 모습, 이미 믿음을 거둔 모습이 공존했다. 숙명여대 재학생 고민경(18)씨는 “내일 표결을 앞두고 힘을 보태기 위해 재학생 30여명과 함께 참여했다”며 “보수든, 진보든, 중도이든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행태를 납득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힘이 되고 싶다면 내일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의힘’이란 팻말을 목에 걸고 장례 복장을 한 조삼호(68)씨는 “끝까지 윤석열을 엄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내일 탄핵이 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참담한 현실 앞에서도 시민들은 유쾌한 집회 분위기를 이어갔다. 부석순의 노래 ‘파이팅 해야지’를 개사해 ‘탄핵 해야지’를 외쳤고, 로제의 ‘아파트’와 윤수일의 ‘아파트’가 흐르자 몸을 들썩이며 총천연색 응원봉을 흔들었다. 세븐틴의 노래 ‘아주 나이스’에는 구호가 따로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아주 나이스! 민주화!”를 음악에 맞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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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6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에 장례 복장을 한 조삼호(68)씨가 ‘내란의힘’이란 팻말을 목에 걸고 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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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이날도 물건과 먹거리를 나누며 마음을 한 데 모았다. 신아무개(16)양과 김아무개(16)양은 ‘전국손재주좋은고등학생연합’이란 손팻말을 내걸고, 직접 만든 털모자를 무료로 나눠줬다. 김양은 “지난주 시험 때문에 집회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며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집회에 참여하면 좋겠단 마음으로 털모자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거리 한쪽에서는 ‘탄핵 커피 드시고 가세요’란 팻말을 단 커피차가 운영됐다. 이들은 트럭에 “탄핵 가결의 그 순간까지 민주시민과 함께합니다. 민주시민 커피 무료!”라고 적었다.



국회 앞에 모인 시민은 밤에 이르자 한층 더 불어났다. 국회 정문부터 산업은행 본점 앞 거리는 물론 여의도 공원까지 대로와 도보를 500여미터 이상 가득 메워, 까치발을 든 채 무대를 봐야할 정도였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이승환 밴드가 탄핵 콘서트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오후 2시부터 자리를 잡은 이들도 있었다. 가수 이승환은 ‘덩크슛’,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슈퍼히어로’ 등을 불렀고, 일부 노래는 현 시국에 맞는 가사로 개사해 무대를 선보였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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