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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의리파’ 윤상현 “대통령에게 ‘윤석열씨’가 뭔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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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수호자로 맹활약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통치 행위” 주장

민주당, 윤 의원 겨냥 “원조 내란범 전두환의 (전) 사위 답다” 맹비난

난데없는 12·3 계엄 선포 사태로 나라와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트려 탄핵 위기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권 인사 중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만큼 고마운 존재는 없을 듯싶다. 실제 윤 의원은 국민 대다수의 민심과 동떨어진 언사도 불사하며 윤 대통령 수호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당내 친윤(윤석열)계 의원 대부분이 성남 민심과 지역 유권자들의 눈총을 의식해 대놓고 윤 대통령 엄호를 주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윤 의원이 평소 ‘의리’를 중시하는 데다 수도권에선 이례적으로 두 차례(20·21대 총선)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될 만큼 탄탄한 지역 기반을 다져놓은 것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과 윤 의원은 폭탄주를 즐길 만큼 주량도 세서 가끔 술잔을 기울이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윤 의원의 지나친 ‘의리 행보’가 민심을 더욱 들끓게 한다는 우려와 지적이 적지 않다. 윤 의원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사사건건 윤석열정부의 발목을 잡고 이재명 대표 방탄에 전력한 더불어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쉽게 정권을 내줘선 안 된다며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했다고 해도 언행만은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한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13일 윤 대통령의 즉시 하야를 요구한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을 향해 “왜 지금 우리 스스로 대통령을 먼저 단죄하고 끌어내리려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씨’가 뭔가.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윤석열 대통령으로 호칭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그분 이야기는 하지 마시라. 이제 ‘윤석열씨’라고 하겠다. 그분이 대통령인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즉각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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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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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과거 친박(박근혜)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은 “저는 탄핵당해 쫓겨난 박근혜 대통령을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으로 호칭한다. 저는 12개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도 ‘이재명씨’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대한 법적 절차나 조사도 없이 왜 지금 우리 스스로 대통령을 먼저 단죄하고 끌어내리려 하나”라며 “대통령이 저렇게 강변하면 적어도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 대통령을 세운 여당이 보여야 할 기본자세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윤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도 “나 살자고 대통령을 먼저 던지는 것은 배신의 정치다. 지금 윤 대통령을 탄핵하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하는 것”이라며 한동훈 대표의 ‘탄핵 찬성 당론’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한 대표가 말하는 당은 한 대표 본인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인가”라며 “윤 대통령께서 국정 안정화 방안을 ‘당에 일임’한 것은 당 대표에게 일임한 것이 아니라 당 최고위원회, 의원총회, 또 여러 원로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습 방안을 모색하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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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후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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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앞서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문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라고 강변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대북 송금을 했지만 처벌하지 않았다. 통치행위라고 해서 처벌 안 했다”며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이 국헌문란(의) 하나이고, 또 하나는 헌법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시키고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게 두 번째”라며 “당시 상황을 보면 언론사, 방송사 다 군대가 안 갔고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만 갔다”고 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군대가 국회에 총을 들고 들어왔다. 그걸 통치 행위로 얘기한다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말이 되냐”고 비판하자, 윤 의원은 “의장님께서도 대법원 판례 검색을 해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윤 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점까지 언급하며 윤 의원의 인식과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위헌적·불법적 계엄선포를 통치행위로 퉁칠 수 있나. 전두환의 학살도 통치행위인가”라며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 안 된다. 무슨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지 모르겠다. 윤 의원은 해당 발언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윤 의원은) 대통령이 총을 든 계엄군을 보내 군홧발로 짓밟은 바로 그 국회에서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라고 국회를 모독했다”며 “과연 원조 내란범(전두환)의 사위, 쿠데타 순혈다운 발언”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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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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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까마득한 후배이자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인 김재섭 의원을 곤경에 처하게 한 발언으로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 8일 보수 성향 배승희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가 김 의원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7일 국회 표결에 불참한 김 의원은 “형, 나 지역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이에 윤 의원은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 반대했다.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며)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줬다”고 조언했다.

이어 윤 의원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 나름”이라며 “지금 당장 그럴(힘들) 수 있다. (그러나)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김 의원에게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모셔 왔다. 그래서 지금 손절하고 용도 폐기하고 버리는 정치는 비겁한 정치다”라며 “이분이 명예롭게 이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 의원들의 몫이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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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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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서울 ‘험지’ 도봉갑에서 당선돼 주목받았다. 그러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임기 단축 개헌을 요구하다가 7일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뒤 야권 지지자 등으로부터 심한 비난에 시달렸다. 그 와중에 윤 의원이 둘 사이 오간 대화를 언급하면서 더욱 곤경에 처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윤상현 의원 유튜브 발언 관련해서 말씀드린다. 제 이름이 언급되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나간 것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의총장에서 윤상현 의원에게 악화된 민심을 전달하고 당의 대응을 촉구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의 행보가 논란이 되면서 그가 지난해 12월 배우 김승우의 유튜브 채널 ‘김승우WIN’에 출연해 나눈 대화도 소환됐다. 당시 윤 의원은 ‘주량이 얼마나 되냐’는 김승우의 질문에 “전에 정우성, 이정재와 술을 마셨는데 이정재가 폭탄주 10라운드쯤 가니 ‘더는 못 마시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정우성은 나와 함께 26라운드까지 갔다”며 “정우성이 나와 러브샷으로 마시고 제가 뒤에 일정이 있어서 다음에 하기로 했다. 오후 9시반쯤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술을 정말 잘 마시는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이 술을 잘 드신다”고 했다. 이어 “우린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건) 소셜 드링크라 어떻게 하면 서로 편안하게 좋게 지낼까 하는 면에서 술을 마신다. 혼자 막 마시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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