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정치 성향별 청년들 목소리 들어보니
분노하는 진보청년
“헌법 위반한 명백한 위법”
걱정 커지는 중도청년
“기업 채용규모 더 줄일까 걱정”
허탈한 보수청년
“정치성향 밝히기도 창피해”
분노하는 진보청년
“헌법 위반한 명백한 위법”
걱정 커지는 중도청년
“기업 채용규모 더 줄일까 걱정”
허탈한 보수청년
“정치성향 밝히기도 창피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12 [김호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치적으로 모두 보수 성향인 부모님 아래서 자랐다는 대학생 이 모씨(22·남)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하고 국민의힘 당원으로도 활동했던 ‘골수 보수 청년’이다. 하지만 이번 계엄 사태를 겪으며 여당에 등을 돌리게 됐다고 밝혔다. 군 복무 중인 이씨는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 사유도 듣지 못한 채 무장을 하고 대기 태세로 밤을 꼬박 새웠다.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 등 여러 생각을 하며 긴장을 풀 수 없었는데, 뜻밖의 이유로 계엄이 선포됐다는 것을 알고 허탈함이 몰려왔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뽑았지만 당선 이후 그가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러웠다”면서 “김건희 여사 의혹까지는 참을 수 있었지만 계엄 사태에서 보수가 보여준 무책임한 모습을 보며 지지를 철회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열흘이 지났지만 시민들이 받은 충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년들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매일 열리는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는 K팝에 맞춰 응원봉을 흔드는 20·30대 청년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매일경제는 20·30대 청년과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들의 문제의식과 속내를 들어봤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장 배신감을 느낀 이들은 보수 성향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부끄럽다”거나 “지지를 철회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공개적 자리에서 떳떳하게 ‘보수’임을 밝히기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말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라고 밝힌 직장인 장 모씨(32·남)는 “요새 대통령 행동을 보면 고집만 부리는 어린아이 같다”며 “김 여사 문제는 당장 나라가 망할 수 있는 문제까진 아니었지만, 비상계엄은 국가 대내외적으로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는 문제라 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장씨는 이어 “대통령의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어디 가서 보수라고 밝히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 대선에서 아내와 함께 윤 대통령을 뽑았다는 박 모씨(35·남)도 “치기 어린 선택을 한 대통령이 부끄럽다”며 “계엄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등 나라가 어수선해지지 않았나. 여당도 나라보다 당을 앞세우는 것을 보고 실망이 컸다”고 전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경기가 악화되면 결국 국민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팽배하다. 취업준비생 김 모씨(24·여)는 채용 공고가 줄어 불경기를 체감하던 중 난데없는 계엄 선포에 경악했다고 한다. 김씨는 “모 기업 부도설, 굴지 기업 매출 부진 등 불황 관련 소식이 잇따르고 기업의 승진 적체와 채용 규모 축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제 채용 규모가 더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부동산, 가장 낮은 산은 출산’이라는 밈이 돌고 있다”며 “대통령이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LED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혜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평소 정치 이슈에 관심이 없던 청년들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언론 보도와 집회 현장 모습을 인증하며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중도층 직장인 한 모씨(27·여)는 “위헌적인 계엄 선포를 규탄하기 위해 또래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 인상 깊다”며 “저 같은 정치 무관심자도 관심을 갖게 만든 이번 사태가 추후 총선과 대선에 어떤 나비효과로 작용할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태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라는 대학생 이 모씨(26)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계엄이 선포됐을 때 국회로 가면서 ‘여보, 나 대통령 되고 올게’라고 말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계엄 선포는 헌법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명백한 위법행위”라면서도 “민주당은 이 기회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용으로 쓰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계엄 정국 와중에 청년, 전공의 지원 등 모든 예산안을 삭감한 것은 입법 독주로밖에 안 보인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종사자 한 모씨(27·남)는 “계엄 사태의 배경에는 거야의 무분별한 탄핵, 반대를 위한 반대, 예산안 삭감 등 입법 독주, 의회 독재 행태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