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해당 부처가 조치할 사항 등이 담긴 지시사항을 문건 형태로 전달받았다고 국회 본회의에 나와 밝혔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처럼 비상계엄이 '경고성 계엄'이라면 계엄 이후 지시사항을 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계엄을 금방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13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문건을 받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질의에 "계엄 발표 후 (윤 대통령이)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를 줬다"며 "(문건의 내용 중)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을, 유동성 확보를 잘해라'라는 것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계엄을 발표하시고 갑자기 저한테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를 주셨는데 당시에 저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경황이 없어서 주머니에 넣었다"며 "간부회의를 하는 1시쯤 방송으로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는 장면을 봤다. 그때 문건이 있다는 걸 인지했다"고 말했다.
고민정 의원은 "대통령한테 받은 문건이었는데 열어보지 않고 접어놓은 게 말이 되나"라고 물었고 최 부총리는 "경향이 없던 상황이었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소집했기 때문에 차관보에게 가지고 있으라고 줬다"고 대답했다.
최 부총리는 "외환시장이 열려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에 논의를 하고 있는데 차관보가 아까 준 문건이 있다고 리마인드 시켜줬고 그 때 확인했다"며 "제가 기억하기로는 한두 개 정도 글씨가 써 있었다"고 했다. 고 의원이 '폐기하지는 않았나'라고 묻자 최 부총리는 "폐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장관 역시 비상계엄 선포 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사항'이 담긴 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도 본회의장에서, 지난 3일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앉자마자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대통령님이 말씀하시면서 종이 한 장을 주셨다. 그 속에는 외교부 장관이 조치할 간략한 몇 가지 지시사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문서 내용 중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는 "상세한 것은 아니고 서너 줄로 돼 있어서 기억을 못한다"며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런 상황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했을 조치라고 생각해서 내려놨다. 놓고 나와서 갖고 있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한덕수 총리에게 "대통령께서 담화를 통해 국회를 향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동의하냐"고 묻자, 한 총리는 "저는 그 어떤 형태의 계엄은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고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서 경고성 계엄을 한 것이라면 '계엄 이후에 경제와 외교에 대해서 어떻게 하라'는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줄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엄 이후에도 대통령은 금방 끝낼 생각이 아니었던 것"이라며 "외교와 경제에 있어서도 (계엄 이후에) 이런 방식으로 끌고 가야 된다는 복안이 이미 머리속에 있었고 문건까지 작성을 했고 해당 장관에게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고 의원의 질의에는 즉답하지 않고 "그러나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를 의결하셨을때 수긍을 하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12.12 대국민담화에서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며 "계엄령 발동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경제·외교당국에 비상계엄하 조치사항을 지시했다면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된다. 심야 시간대인 밤 11시부터의 '2시간' 동안, '잠시' 사이에 재정·유동성 관련 조치를 할 일이나 재외공관에 지침을 하달할 일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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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전날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밝힌 중앙선관위 관련 의혹제기에 대해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선거 결과 조작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절차적으로 어떤 전자투표 자체로 투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개표 관련 절차에서 양측 당사자들, 정당, 공무원들이 다 보고 있기 때문 에 그렇게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저희들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 계엄 선포 당시 계엄군을 중앙선관위 과천·관악청사 등으로 보냈다.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중앙선관위의 선거 관리·보안시스템을 점검하도록 계엄군에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노 계엄 당시 계엄군이 선관위 청사 무단 점검과 전산서버 정보탈취를 시도한 것이 위법·위헌이냐고 묻는 질문에도 "그 부분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위헌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쨰 탄핵소추안이 오후 2시 4분께 보고됐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는 14일 오후 4시 본회의에서 2차 탄핵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野) 6당 소속 의원 190명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191명이 발의에 참여한 탄핵안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사유로 명시됐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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