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발표한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국민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이다. 또다시 계엄 선포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7일 2분짜리 담화를 발표했을 때 2차 계엄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번 2분짜리 ‘쇼츠 사과’를 했을 당시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는데 국민의힘 태스크포스(TF)가 임기 단축안을 제안했음에도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또 12일 담화에서도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자신의 말을 5일 만에 분명하게, 공개적으로 뒤집은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주장’을 신뢰하기는 매우 힘들다. 또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소규모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군 지휘부의 증언은 대통령의 주장과 확연히 다르고 검찰이 확보한 증거는 대통령의 말이 거짓일 확률이 매우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10일 증언했다. 이런 정황은 대통령의 말을 전혀 신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결국 대통령의 이런 행태를 볼 때 대통령을 내려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탄핵 말고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번 표결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수 있을까. 통과될 수 있고, 통과돼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번에 또다시 탄핵안 표결이 불성립하거나 부결된다면 우리 경제와 대외신인도는 추락할 것이고 국가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탄핵이 중요한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당시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 박 대통령 탄핵 분위기가 일기 시작했던 2016년 10월의 평균 환율은 1128원이었는데, 탄핵 가결 직후에는 1183원까지 치솟았다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이는 제도에 입각한 대통령의 ‘직무 정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제도가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 이후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 때문에 더 이상 불안해지지 않는 것이다. 또 자유민주주의라는 보수의 가치와 윤 대통령 자신의 행위를 더 이상 결부하지 말아주기를 바랄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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