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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3 (목)

[사설] ‘이재명 무죄’ 판사 체포하려 한 ‘법치주의 파괴’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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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3 내란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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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국군방첩사령부가 경찰에 위치 추적을 요청한 대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도 포함됐다고 한다. 입법부에 이어 사법부 독립까지 유린하는 또다른 내란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발상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내란 혐의로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체포를 위해 위치 추적을 요청한 명단 15명에 ‘위증교사 사건에 무죄 선고를 한 판사’가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 혐의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를 지목한 것이다. 앞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도 계엄 선포 후 방첩사령관한테서 전화로 체포 대상자에 대한 위치 추적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직후였다. 홍 전 차장이 전달받은 명단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이 포함돼 있었다. 2020년 대법원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를 확정한 판결에 관여한 인사들이다. 이 판결로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들을 체포해 재판 결과를 뒤집기라도 할 셈이었나.

대통령이 재판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현직 판사 체포를 지시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짓밟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우리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 있다. 판사 체포는 위헌적 정치체제였던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형 확정판결을 위해 양심적인 대법원 판사들을 보안사로 연행해 사표를 강요했다. 이는 ‘12·12 및 5·18 군사반란’ 사건의 공소사실에 포함돼 1997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총장을 지낸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헌법주의자’를 자처했던 자의 망동에 기가 찰 뿐이다. 대통령 취임식 때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한 것은 국민을 속이려는 감언이설이었나.

윤 대통령은 자신을 반대하는 쪽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공격해왔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법관들도 반국가 세력으로 몰고 있다. 그를 한시라도 대통령 자리에 있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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