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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출근하면 더러워지고 냄새나"…시의적절한 유행어 '반웨이'[뉴스속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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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한달에 지각 10번 의혹"

"경찰이 '가짜 출근' 도왔다" 제보도

직장인 속마음 담은 '반웨이(班味)'

출근과 동시에 무기력해진 모습 비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욕구도 담겨

역할 전환·기업문화 원인으로 지목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는 직장인의 퇴근 본능은 만국 공통일까. 최근 중국의 문예 월간지 야오원자오쯔(咬文嚼字)가 올해 널리 쓰인 10대 유행어를 선정한 가운데, 중국 직장인의 속마음을 담은 '반웨이(班味)'가 눈길을 끈다.

반웨이는 직역하면 '출근의 맛' 또는 '출근 냄새'다. 중국어로 출근이란 뜻의 단어 '상반(上班)'과 맛 또는 냄새란 뜻의 '웨이(味)'가 결합한 용어다. 출근만 하면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는 직장인 모습을 일컫는다. 아무리 밝은 사람도 일단 일을 시작하면 직장인 특유의 무표정을 짓거나 피로감을 뿜어낸다는 식의 자기 비하 표현이다. 동시에 일과 삶의 균형을 바라는 욕구도 담고 있다.

이전에는 출근한 직장인을 두고 "피곤해서 못생겨졌네"란 식의 표현을 썼다. 하지만 '반웨이'가 유행한 이후부터는 "냄새가 나네요" "냄새가 심하네요"란 식으로 조롱한다는 것이다. "하루만 출근하면 더러워지고 냄새가 씻기지 않는다"는 자조적 표현에도 서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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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년 직장인의 출근 전후 비교 모습 [사진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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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어는 특히 사회초년생인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인터넷 밈으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와 유튜브, 틱톡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중국 청년 직장인들은 업무 전과 후를 비교한 자기 모습을 적극적으로 인증했다. 인증 사진을 보면, 활력 넘치는 모습과 무기력한 모습이 대조적이다.

반웨이에서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도 나타났다. '반웨이를 없애다' '반웨이를 씻어낸다' 따위의 표현이 널리 퍼졌고, 반웨이 극복 팁들이 공유됐다. 여행이나 운동, 취미즐기기뿐 아니라 '출근 제외 회사 반경 5km 안에 들어가지 않기', '지하철 통근 노선 피하기' 등이 있다.

일부 직장인은 "반웨이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출근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SNS에 퇴사 전과 후의 비교 사진을 올렸다. "퇴사가 최고의 의학적 아름다움" 등의 댓글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같은 부정적인 밈이 유행한 이유로는, 중국 젊은층이 처음 취직한 뒤 느끼는 학창 시절과 직장 환경 간 괴리에 있다. 자유로운 학생 신분에서 직장인으로의 신분과 역할 전환과 함께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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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근무제로 지친 직장인의 모습 [사진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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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전환의 장애는 업무 스트레스와 개인 시간에 대한 압박을 초래해 일종의 업무 후유증을 낳는다. 짧은 휴식을 취하더라도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부담감은 커진다. 결국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젊은이들이 삶에 대한 열정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과로를 당연시하는 중국의 기업 문화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의 경제 매체인 중국경제망(中????)은 "일부 기업은 배려가 부족하고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하며, 직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보도하며 "초과근무와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6일 근무)' 등 직장 문화는 모두 반웨이를 심화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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