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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시민사회 겨냥했던 윤석열 정권 압수수색 “정작 내란범은 피해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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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관들이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마치고 증거물을 챙겨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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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시민사회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시민단체와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됐다”고 비판해왔다. 정부를 비판하는 각종 목소리를 강제수사로 틀어막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벌인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압수수색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법과 질서가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지경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했으나 7시간째 경호처와 대치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아침 그가 출근 준비를 하던 중 집으로 들이닥쳤던 압수수색과는 판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냉장고까지 뒤졌다. 하지만 경찰은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 앞에선 7시간 대치 끝에 ‘극히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받아 떠났다. 지씨는 “대통령실이 군사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내가 당한 압수수색과는 천지 차이였다”며 “공권력이 참 불공정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 사무국장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자신의 가족·지인을 시켜 방심위에 민원을 넣도록 했다는 의혹을 알리기 위해 민원인 이름 등 개인정보를 수집·누설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지 사무국장은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은 강제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색 대상과 협의한다는 건 (뭘 압수할 지) 다 알려주면서 한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증거 확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실이) 증거물 파기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는 점이 우려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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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지난 1월15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챙겨 나가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와 MBC는 최근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와 그 인용 보도들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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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도 지난해 9월 녹색연합 사무실에 들이닥쳤던 경찰 모습과 너무 달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개입한 혐의를 수사하면서 참고인 자격인 정 사무처장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시민단체 250여곳은 “시민단체 겁주기용 과잉수사”라고 반발했다. 정 사무처장은 1년3개월 전 압수당한 휴대전화를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 다만 “아직 수사 중”이라는 답만 받았다고 했다.

정 사무처장은 “압수수색에 대해 물리적으로 거부하겠다는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는데 (대통령실은) 일반 시민이 느끼는 공권력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모습에서 법 기술자들이 법을 활용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시민사회에서 15년가량 몸담으며 시민사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만큼 이뤄지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녹색연합뿐 아니라 여러 언론과 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대통령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검찰·경찰 모두 일사불란하게 기조가 달라져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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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23년 9월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4대강 감사를 근거로 한 녹색연합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정부의 반 생태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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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런 일들이 모두 시민들에 대한 탄압의 전조 증상이라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모든 시민을 수사 대상이나 피의자로 치부하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그간 압수수색이 빈번해지면서 시민들도 남용되는 강압적 통치에 무뎌진 듯 보인다. 그러다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분노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 사무국장은 “그간 방심위가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언론을 제재한 것도 계엄령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던 것 같다”며 “특히 정부 비판적인 MBC에 대해 과도하게 심의를 해왔는데 계엄 사태 땐 물리력까지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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