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3 (금)

‘김건희 모교’란 이유로 욕설 쏟아졌다…명일여고 학생도 내일 집회 나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 강동구 명일여자고등학교 학생 인터뷰

“김건희 여사 모교란 이유로 원색적 비난 받아”

“사태 끝날때 까지 되는대로 시위 나설 것”

시국선언문 준비·작성 중단하는 해프닝도

헤럴드경제

김건희 여사의 모교로 알려진 서울 강동구 명일여고 교내 게시판에 ‘대통령 부부는 들어라’ 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된 모습. 김용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모교로 알려진 서울 강동구 명일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대통령 부부 탄핵 집회에 나섰다. 명일여고 학생들은 계엄령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욕설과 비난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명일여고 학생 A양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몇몇 학생들끼리 뜻을 모아 ‘탄핵 집회’에 참여했다”라며 “충암고처럼 직접적인 협박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SNS 등지에서 ‘김 여사의 모교’라는 이유로 근거 없는 욕설과 비난을 다수 받아와 주변 학생들이 힘들어 했다”라고 말했다.

명일여고 학생 B양은 “시험기간인데, 계엄 사태 이후 너무 많은 시험에 제대로 집중도 못 한 것 같다”라며 “시험이 끝나는 대로 대통령 부부가 내려올 때까지 집회에 참여한다는 친구들도 있더라.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출신 고등학교를 당당히 말하진 못할 것 같다”라며 한숨 쉬었다.

다른 학생 C양은 “주변 여러 친구들 사이에서 금요일, 토요일 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냐라는 의견이 오고가고 있다”라며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 시간이 되는대로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친구도 있다”라고 했다.

명일여고 학생회에서는 ‘시국선언문’을 작성하려고 했으나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타 학교를 비롯한 내·외부의 비판으로 이를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헤럴드경제

명일여고 학생회에서 ‘시국선언문 작성을 중단하며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게시한 글. [명일여고 학생회 SNS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명일여고 학생회 측은 SNS를 통해 “학생회가 시국선언 참여 공유자로 나서면서 중립성을 잃었다는 비판과 함께 개인의 의견이 학교 전체의 입장으로 와전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고민했다”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시국선언문 작성을 중단하기로 했다”라고 썼다.

이어 “학생회에서는 사회적 시선과 현재 떠돌고 있는 타 여고의 피해 사실에 대한 두려움, 공익을 위해 공유했음에도 익명 질문함에 수도 없이 들어오는 중립에 대한 질타, 원색적인 비난이 있었다”라며 “이 선언문을 준비하고 있었던 학생분들 몇명에서는 각오가 있었더라도 절대 감당하기 힘든 일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학생회의 정치 관련 행보는 없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명일여고 학교 울타리에는 ‘대통령 부부는 들어라’라는 대자보와 ‘부끄럽지 않은 학교를 소망합니다!’라는 대자보 2건이 게시됐다. 다만 이 대자보 2건은 10일 새벽 학교 울타리에서 11일 안전상의 이유로 학교 내부 게시판으로 이동했다가 현재는 철거됐다.

명일여고 학생 4인은 대자보에서 “김건희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안녕하지 못하다”라며 “택시를 탈 때, 학교에서 행사를 나갈 때 우리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명일의 이름을 말한다. 당신이 명일의 흔적을 지우려 할수록, 국정에 관여할수록, 대통령의 계엄에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수록, 온갖 뇌물을 수령할수록 우리는 더욱 명일을 부끄럽게 여길 것”이라고 썼다.

이어 “부디 민주적·양심적으로 행동해 우리 후배들이 부끄럽지 않은 학교를 졸업하게 해달라”며 “사랑하는 명일의 이름으로 외친다. 윤석열을 탄핵하고 윤석열은 하야하라”면서 김 여사 체포를 촉구했다.

헤럴드경제

김건희 여사의 모교로 알려진 서울 강동구 명일여고 교내 게시판에 ‘부끄럽지 않은 학교를 소망합니다!’ 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된 모습. 김용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등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져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고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는 사태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과 교직원을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윤찬 충암고 교장은 지난 9일 교육위원회에서 “항의 전화만 이틀간 약 130통을 받았다”라며 “교명을 계엄고로 바꾸라는 조롱도 듣고 있다”고 언급했다. 충암고는 계엄 사태 이후 “학교 문 닫아라”, “어떻게 가르쳤길래” 등 항의 전화가 계속되어 학교 업무가 마비되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 대한 위협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서울 서부경찰서는 충암고 주변 순찰을 강화했고, 충암고 학생들은 사복 착용을 허용한 상황이다. 충암고등학교 학생회는 공식입장문에서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트린 잘못된 행위”라며 “이번 사태로 인한 시민의 분노는 학생들도 백번 공감하고 있다. 논란의 인물들은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한지 40년이나 지난 졸업생이고 재학생과는 아무 관련 없다”라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12일 충암고를 방문한 뒤 이윤찬 충암고 교장(가운데)과 악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전날 충암고를 방문해 “학생들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언급하며 신고함 설치, 핫라인 구축 등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위한 대응책 마련을 요청하기도 했다. 충암고의 경우 학교 입장과 대응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가정통신문 발송과 홈페이지 게시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공유받고 있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학교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이번 충암고 방문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서울시 교육청의 의지다. 앞으로 학교 의견 청취를 포함해 추가적인 지원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