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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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13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 대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김용현(구속) 전 국방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비상계엄을 사전에 준비하고 실행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방첩사에 대한 검찰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경찰, 국가정보원 등의 도움을 받아 정치인 등을 체포·구금하려 하고 방첩사 병력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출동시키는 등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체제에서 주요 인사들을 조사할 수 있는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지정돼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에 이은 ‘넘버2’이기도 했다.
검찰은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 전 사령관이 주요 인사 14명의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또 여 전 사령관이 체포한 인사들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B-1 벙커, 수방사 영창(미결수용실) 등에 구금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전 사령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국방부 조사본부에 각각 “요인 체포 등 방첩 활동에 필요하니 수사관 100명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 지시로 계엄 포고령 초안을 작성하거나, ‘계엄사-합동수사본부 운영 참고자료’ 등 계엄 대비 문건을 보고받는 등 계엄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검찰은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닷새째 방첩사를 압수수색했다. 또 정성우 1처장, 김 단장, 나승민 신원보안실장 등 방첩사 중간 간부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들도 조사했다.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과 함께 충암고 출신이다. 그는 검찰에서 “계엄 선포 전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몇 차례 계엄을 언급해 반대 입장을 전했다”고 하는 등 계엄에 적극 동조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계엄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특수전사령부의 곽종근 전 사령관, 박정환 참모장, 김정근 제3공수여단장 등을 불러 조사하는 등 특전사 상대 수사도 이어갔다.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된 조지호 경찰청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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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당시 국회 통제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경찰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조 청장과 김 청장이 경찰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모이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조 청장 측은 3일 계엄 당시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 지시를 받은 15명 체포 명단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부장판사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조 청장 측은 “죄가 있는 사람들 처벌 받아야 하는 거 공감하지만 살인 현장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살인이 안된다”며 “계엄 현장에 있었으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김 청장 측은 “법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조 청장이 사용하던 비화폰도 추가로 확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차례 국회의원 체포 지침을 내릴 당시 이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화폰은 도감청·통화녹음 방지 프로그램이 깔린 보안 휴대전화인데, 관련 서버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2일에도 국방부를 압수 수색해 김용현 전 국방 장관이 사용했던 ‘비화폰’과 통신 서버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의 CCTV를 확보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계엄에 관여한 인사들의 불법 정황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지만 혐의 입증을 위한 객관적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온다. 조 청장은 계엄 발표 전 윤 대통령에게서 받은 계엄 문건을 찢었다고 한다. 수사 기관이 비화폰을 확보하더라도 통화 녹음 파일을 찾을 수 없다. 한 법조인은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려면 관련자 진술 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필요하다. 이번 계엄에 연루된 경찰 고위직과 군 지휘관들은 ‘보안 등급’이 높아 이들에게서 이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김 전 장관 측의 새 변호인인 이하상 변호사는 이날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한 통치 권한”이라며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변호를 다수 맡기도 했던 이 변호사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를 ‘내란’이라고 주장하고, 수사하고 재판하려는 시도 자체가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 행위”라고 했다. 앞서 김 전 장관을 변호하던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지난 11일 사임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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