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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은행채 금리 반등에 연체율 '쑥'…은행권 '어두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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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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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최근 하락했던 은행채 금리와 연체율이 반등하면서 은행권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고 CET1(보통주자본)비율 마저 하방 압력을 키우면서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3%포인트(p) 상승한 0.48%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0.05%p나 올랐다. 신규 연체 규모는 전월과 비슷했지만 연체채권 정리 규모가 2조6000억원이나 감소한 결과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등 취약계층의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중소기업의 연체율(0.70%)은 0.05%p 상승했고, 중소법인의 연체율도 0.06%p나 치솟았다. 같은기간 개인사업자의 연체율도 0.04%p 올랐다.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0.38%까지 낮아졌다가 지난 8월 0.53%로 급등했다. 9월엔 0.45%로 다소 안정됐다가 10월 들어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의 여파로 당분간 은행의 연체율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0.3%p 하향한 2.0%로 제시했다. 씨티그룹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0.1%p 하향 조정하고 내년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하로 하락세였던 은행채 금리도 반등하면서 은행권의 자금조달능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2.952%로, 비상 계엄령 선포 전날인 2.914% 대비 0.038%p 높아졌다.

지난 2일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중 최저치(2.904%)로 떨어졌지만 조만간 3%를 넘어설 수 있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국의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국채금리와 은행채 금리로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되는 모양새다.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반등하더라도 은행의 이자수익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뚜렷한데다 혼란한 정국 탓에 기존 가계대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없어서다. 올해 국내은행의 대출증가율 전망치는 6.5% 안팎이지만, 내년엔 4%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행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리고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원화가치는 낙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계엄사태 직전 원·달러 환율은 1402.9원이었지만 지난 9일엔 1437.0원으로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선 건 코스피 지수가 2200선 밑으로 내려앉았던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원화가치 하락은 국내은행의 RWA를 늘리고, 이는 다시 CET1의 하락을 자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비율은 0.03%p(우리금융 기준) 낮아진다. 현 탄핵정국 사태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직면하게 됐다는 얘기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은행권의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 원장은 지난 9일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외화자금 동향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금융회사의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를 지도해야 한다"며 "환율 상승과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비율 영향도 세밀히 점검하고 대비해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환율이 오를수록 외화부채의 평가금액이 커져 금융회사의 RWA가 늘어난다. RWA 부담이 커질수록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인 CET1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CET1은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재무 건전성 지표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2% 이상이다.

현재 우리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의 CET1은 13%대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1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에서 달러가 빠르게 유출될 경우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일부 금융지주는 내년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수정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위험가중자산 증가와 BIS 비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킨다"며 "가뜩이나 연체율이 늘고 이자수익 제고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 은행들은 대출을 더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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