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한영광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30대 청년이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하늘로 떠났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5월 27일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 한영광(30)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 5월 17일 늦은 귀갓길에 낙상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뇌사로 몸이 점점 나빠져 가는 한씨를 헛되이 떠나보낼 수 없어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한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했다.
가족들은 한씨가 헌혈 등 봉사와 나눔을 지속적으로 해왔기에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한다면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한씨는 경기도 부천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외향적이고 사람들을 챙기는 것을 좋아해서 늘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193cm의 큰 키에 농구와 수영을 좋아했고, 대학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해 졸업 후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했다. 자신보다 늘 남을 챙기는 것을 좋아해서 월급을 받으면 본인 옷보다 어머니 옷을 사드렸고, 아버지 차를 바꿔드리겠다며 돈을 모아왔다.
30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한씨의 장례식에는 500여 명의 친구와 지인이 방문했고, 가족들은 기증 후 국가에서 지원받은 장제비 등에 추가로 돈을 더 보태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관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한씨의 누나 한아름씨는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꿈만 같지만, 여전히 우리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네가 남긴 사랑이 누군가의 몸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잖아”라며 “너에게 항상 표현이 부족하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는데, 네가 남긴 편지들을 보니 ‘사랑해 누나’라는 글들이 참 많더라. 착한 내 동생 영광아. 누나 동생으로 머물다 가줘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씨의 어머니 홍성희씨는 “아들아, 너라면 삶의 끝에서 누군가를 살렸다고 하면 잘했다고 응원하지 않을까 생각해”라며 “이 세상 살아가는데 자식을 먼저 보내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던데, 너무 힘들어서 그러한 마음도 안 드네. 다시 만날 그날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잘 이겨낼게. 사랑한다”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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