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비싼 밸류에 지분 사면 엑시트 난항 우려
적대적 M&A 재원마련 차입금 이자도 '부메랑'
고려아연을 겨냥해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최근 추가적인 주식매입으로 오버페이(과도한 가격 지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을 비판하면서 본질적 가치를 14조원으로 언급해 놓고,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공개매수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매집했다. 자신들이 적정 밸류에이션이라고 주장하던 주가하고는 동떨어진 높은 가격에 지분을 계속 매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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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가 끝난 뒤에도 지분 추가 매입을 이어갔다. MB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10월 18일부터 11월 11일까지 15회에 걸쳐 장내매수를 통해 28만2366주(1.36%)를 추가 확보했다. 지분율은 39.83%까지 늘었다. 투입한 금액은 2921억원으로 취득 단가는 주당 82만4394원에서 133만2930원까지다.
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2차례 가처분 심문과 언론자료 등을 통해 고려아연 측이 적정주가보다 높은 83만~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해 그 차액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한 바 있다. 83만~89만원이 적정주가 대비 높은 가격이라고 비판해오다 시간이 흐르자 슬그머니 훨씬 높은 가격에 고려아연 주식을 사 모은 것이다.
이달 들어 고려아연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넘겼는데 이는 MBK가 판단하는 본질적 기업가치 대비 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MBK의 고려아연 지분 매집에 대한 '바이아웃 6호 펀드' 출자자(LP)들의 불만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하는 만큼 MBK 바이아웃 6호 펀드 LP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적대적 M&A 재원을 조달하면서 발생한 금융권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출자자들의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펀드를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외부 금융기관에서 빚을 끌어다 쓰는 전략도 구사했다. 앞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 자금을 마련하면서 NH투자증권에서 1조5785억원을 차입했다. 만기는 9개월로 최소고정금리 연 5.7%를 설정했다.
이자비용은 900억원.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결국 바이아웃 6호 펀드 출자자들의 부담으로 전이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단기간에 상승한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해서 매집하는 행위는 펀드 출자자들의 안정적 자금회수 여건을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LP들의 우려에도 MBK가 높은 주가의 고려아연 지분매입 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건, 경영협력계약 덕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영풍과 맺은 경영협력계약에 MBK의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특별한 조항들이 있는만큼 MBK 측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분석이 사실일 경우 영풍 측은 배임 혐의가 짙어질 수 밖에 없어 더 큰 사법적 리스크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난 11월 11일 이후 주식 추가 매집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장내매수 부분은 확인 못 해준다"고 답했다.
하지만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일부 언론에선 지분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MBK 측의 지분 매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달엔 고려아연 주가가 한때 200만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MBK의 엑시트 리스크다.
업계에서는 MBK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면서 국내외 연기금, 국부펀드, 공제회, 금융기관 등 펀드 출자자들의 엑시트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가 LP들에게 설명했던 고려아연의 본질적 기업가치보다 높은 수준에 지분 취득을 계속 진행하며 오버페이 논란이 공론화되고 LP사이에서 문제가 될 경우 큰 위기에 빠질 수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과도한 비용으로 인한 엑시트 리스크와 함께 오버페이에 대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업 자산과 현금을 단기간에 급격하게 빼가면서 기업경쟁력이 크게 훼손되는 등 큰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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