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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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기 온천장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소위 말하는 술집 여자입니다.”
지난 11일 오후 부산 서면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회색 목도리와 마스크로 머리와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이 단상에 올랐다. 그가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자,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그를 맞았다.
그는 “많은 사람이 편견을 가지고 저를 경멸하거나 손가락질하실 걸 알고 있지만, 오늘 저는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서 그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자 이 자리에 용기 내 올라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가 이 고비를 넘기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소외된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입니다.”
그는 “우리는 박근혜를 탄핵했고 또 윤석열을 탄핵할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의 절반은 박근혜와 윤석열을 뽑은 사람들”이라며 “내 집 값이 오른대서, 북한을 견제해야 해서, 내가 속한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그렇게 부추겨서 국민의 절반이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강남에 땅 있는 놈들이라 그렇다 쳐도, 쥐뿔도 가진 것 없는 20~30대 남성들과 노인들은 왜 국민의힘을 지지할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시민교육 부재와 그들이 소속될 적절한 공동체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달라. 더불어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져달라. 오로지 여러분의 관심만이 약자들을 살려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한국사회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열거했다. 그는 “쿠팡에서는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파주 용주골에선 재개발의 명목으로 창녀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당하고 있다”며 “동덕여대에서는 대학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고, 서울 지하철에는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으며, 여성을 향한 데이트 폭력이, 성소수자들을 위한 차별금지법(미비)이, 이주 노동자 아이들이 받는 차별이 그리고 전라도를 향한 지역혐오 등(이 여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완벽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 후 단상을 내려왔다.
이날 여성의 발언을 담은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공유돼 13일 오전 10시까지 388만회의 조횟수를 기록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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