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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한강이 비상계엄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 상황에 대해 "그렇게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진행을 맡은 현지 번역가 유키코 듀크는 한강이 무대에 오르자마자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해야 했으니 얼마나 끔찍(awful)했느냐"고 물었다.
한강은 비상계엄 사태 이틀 만인 지난 5일 출국해 "이후 상황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 때문에 감동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강은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며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이미 지난 6일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 청중 대부분은 스웨덴인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신념과 견해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강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윤 대통령 퇴진 집회 관련, "광주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제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시위 현장에) 많이 가셨다"며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대해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젊은 세대 분들에게 광주로 가는 진입로 역할을 조금은 해줬을 순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과장"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한강은 이어 "시위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의 사진을 보긴 했다"면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강은 '소년이 온다'의 시작점이 된, 그가 아버지의 서재에서 처음 본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은 사진첩을 다시 언급하면서 "열두 살에 그 사진첩을 본 이후 품게 된 나의 의문들은 이런 것이었다"며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덧붙여 한강은 "장편 소설을 쓰는 일은 질문을 밀고 나가는 일"이라며 "질문과 감각, 그리고 그 시기에 저를 사로잡는 이미지를 통해 글을 쓴다"고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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