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자사주 254만주'…고려아연은 왜 고민할까

경영권 분쟁 속 임시주총 앞두고 '고려아연 자사주' 주목
공개매수로 확보한 자사주, 즉시 소각 가능하지만 '아직'
기보유한 자사주 1.4% 우호지분활용 고민.. 배임 논란도

내년 1월 23일 열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의 치열한 경쟁 전이 이어지고 있다.

MBK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현 지배구조가 후진적이라고 비판하며 자기주식(이하 자사주)을 최윤범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를 최윤범 회장에게 유리한 타인에게 빌려주는 방식(대차거래)으로 의결권을 부활시켜 이를 주총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MBK가 언급한 자사주 대차거래는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MBK와 영풍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의도라고 반박했다.

임시주총을 앞둔 고려아연와 영풍‧MBK는 지분율 차이는 약 6% 수준밖에 나지 않는다. 양측 모두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신경이 곤두서있을 수밖에 없다. ①공개매수로 얻은 자사주 소각 왜 안 할까?

자사주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다시 불거진 계기는 MBK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매입한 자사주를 대차거래에 활용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MBK는 "소각을 전제로 회사가 빌린 약 2조원의 자금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한 지 50일이 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소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는 대차거래를 통해 의결권을 부활시켜 임시주총 표 대결에 나선다는 예측까지 나오는데 최 회장은 즉각 약속했던 자사주 소각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MBK의 공개매수에 대항해 1주당 89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총 204만30주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고려아연은 "주가안정 및 기업가치제고, 주주권익호보를 위해 주식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MBK 지적처럼 공개매수 후 두 달이 되어가지만 고려아연은 200만주가 넘는 자사주를 어느 시점에 소각할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소각은 자사주 취득 시점과 관계없이 즉시 소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즉 자사주 대차거래 가능성 등 무분별한 비방전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고려아연은 지금 당장 자사주 소각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사주 소각을 하지 않는 다는 건 고려아연 스스로도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분명한 건 공개매수로 확보한 자사주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당연히 소각할 것"이라며 "소각 외의 다른 무언가(대체거래 등)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②1.4% 자사주는 배임죄 소지에 고민

공개매수로 확보한 자사주 외에도 고려아연은 올해 5월, 8월 연속적으로 한국투자증권과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5월 계약으로 1.4%(28만9803주), 8월 계약으로 1.01%(20만9993주)를 각각 확보해 총 2.41%를 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이중 5월 계약건으로 확보한 1.4% 자사주는 자사주 처분제한 기간인 6개월이 지난 만큼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유롭게 사용처를 정할 수 있다. 자사주를 팔 수도 있고 최윤범 회장 측 우호세력에게 넘기거나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 ▷관련기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임직원 백기사' 카드 나오나(10월 17일)

특히 오는 1월 23일 열릴 임시주총에 앞서 1.4%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면 최윤범 회장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MBK 역시 해당 자사주를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임시주총의 주주명부폐쇄일은 오는 20일이다. 이날까지는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야 의결권 활용이 가능하다. 일반 주식은 주식입고일(D+2)을 고려할 떄 18일까지 매수해야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는 것은 주식이 입고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 간의 자사주 전자증권에 대한 확인만 거치면 바로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 입고가 가능하다. 의결권은 자사주가 입고되는 즉시 활용할 수 있다. 즉 주주명부폐쇄일 전까지만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넘기면 최윤범 회장에게 유리한 의결권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9월 중순 경영권 분쟁 발생 이후 임직원들을 우리사주조합에 가입시킨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0월에는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사내근로복지기금 법인을 만들기도 했다. 1.4%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이나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넘겨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기반을 마련했던 것이다.

다만 1.4% 자사주를 임직원들에게 넘기는 것이 단순 보상차원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 상황 속에서 특정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처분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면 배임죄 논란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고려아연이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넘긴다면 회사 재산을 특정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용한다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에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재 1.4%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 등에 처분할 지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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