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홀린 한류⑤]'먹고사는' 문제 해결 위해 농어촌공사 총력
60개 사업 추진…"첫 새만금기술 수출 등 K농기술 위용 떨쳐"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로 인한 '한류' 열풍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이란 국가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이런 우호적 반응에는 70년대부터 이어져 온 농어촌공사의 농기술 수출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자부합니다. K-농기술이 '먹고 사는' 문제의 일정 부분을 해소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카르타=뉴스1) 나혜윤 기자 = 1976년 농업개발 사업으로 시작된 한국농어촌공사의 인도네시아 지원 사업은 2023년 까리안 다목적댐 건설까지 총 60개 사업을 추진했다. 농어촌공사는 개발도상국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한국의 농기술을 해외에 수출 중이다. 이를 통해 개도국의 농가 소득을 향상하고, 국내 농산업의 해외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세계에 전수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둔 농어촌공사에 인도네시아는 기회의 나라다. 공사에 따르면 인니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은 5700만헥타르(㏊)로, 우리나라의 40배 정도에 달한다. 농업종사 인구도 전체 인구의 27%에 달하는 3500만명으로 큰 시장이다.
농사가 가능한 땅만 보더라도 관개 가능 면적이 1088만㏊다. 현재는 672만㏊가량을 관개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있기에 물을 보유하고 있다가 가뭄 상황에서 이를 활용하는 반면, 더운 기후인 인니에서는 늘 물이 부족하다. 겨울이 없는 인니의 기후적 특성상 물만 충분하다면 최대 3번의 농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물 공급 사업의 수요는 높을 수밖에 없다.
농어촌공사는 인니의 이같은 특성을 활용해 'K-농기술'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들어선 2013년 착공한 까리안 다목적댐 건설사업 2단계와 마탱겡 댐 설계, 인니 전략적 관개가개 현대화 및 긴급 개보수 사업(SIMURP·Strategic Irrigation Modernization and Urgent Rehabilitation Project)의 프로젝트 관리 컨설턴트(PMC), 인니 대규모 농업관개 22개 지역 약 14만 3000㏊의 농업관개지역의 설계 및 감독사업(Component A)을 수주해 진행 중이다.
자카르타 서부지역 400만명의 식수를 책임지게 될 까리안댐 전경. (사진제공=농어촌공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침몰 위기 자카르타 구할 까리안댐·대방조제…농업 기반 확충·식량난 해소 '윈윈'
공사의 중점 추진 사업 중 준공을 앞둔 까리안댐은 자카르타 서부지역의 젖줄로, 400만 인구에는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2만 3000㏊에 안정적인 관개용수를 공급하게 된다. 농업생산 기반 확충과 주민들 식량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의미 있는 사업 중 하나다.
까리안댐이 각종 용수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만큼, 인니의 새 대통령도 큰 관심을 갖고 마무리 공사 중인 현장을 둘러보기도 한 바 있다.
50여년을 바라보고 있는 'K-농기술' 수출은 꾸준히 새로운 활로를 개척 중이다. 매년 8㎝씩 가라앉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구할 대방조제 사업 수주도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만금 방조제를 축조한 노하우를 가진 농어촌공사는 침몰 위기에 빠진 자카르타를 구할 대방조제 사업의 타당성 조사 및 설계를 맡아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더해 자카르타 북부 해안지역의 대방조제 기본 설계를 담은 '북부자바해안종합개발사업 컨셉보고서'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대방조제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홍수 피해 지역에 큰 관심을 드러낸 만큼 대방조제 건설사업 수주 여부도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방조제 사업 예정지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 중인 남호성 부장. ⓒNews1 나혜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지 '농업맨'들의 막전막후…K-농기술 수출 위해 견인차 역할 '톡톡'
이처럼 농업의 '한류'를 인니에 뿌리내린 데는 '농업맨'들의 결정적인 역할이 있었다. 올해까지 인니 농어촌공사에는 모두 18명의 사무소장이 주재하며 K-농기술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사업 수주가 최종 결정 날 경우, '새만금 방조제' 기술의 최초 수출이라는 성과를 낼 자카르타 대방조제 사업은 당초 농어촌공사가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카르타 홍수 및 북부지역 침하에 대한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네덜란드와 일본 측이 인니 정부를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농어촌공사 직원들은 인니 공공사업부 고위급 미팅을 포함해 여러 차례 새만금 방조제 기술력을 홍보했고, 직접 군산의 새만금 방조제로 초청까지 하며 사업 참여를 위한 길을 갈고 닦았다.
제17대 인니 사무소장을 지낸 남호성 부장은 "네덜란드·일본과의 차별점을 부각하기 위해 '신식' 방조제 축조 기술을 설명하고 한국 농기술의 위용을 느낄 수 있도록 방한을 계획해 설득했다"면서 "결국 인니 정부에서 우리 농기술을 선택해 최종 설계 보고서를 맡긴 점이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의의"라고 말했다.
현재 대통령 보고까지 완료된 자카르타 대방조세 사업은 이르면 내년께 수주 여부가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보워 대통령이 자카르타 지반 침하 문제를 '생존의 문제'라고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사업 추진도 머지않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 부장은 "인니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면 우리 대기업이라든지 민간 기업들도 대방조제 공사에 참여하게 돼 한국으로서도 많은 경험과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특히 새만금방조제 건설에 대한 농어촌공사의 기술력을 크게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사무소에서 만난 오영인 소장은 "어느 한 사업을 시작해 정부 기관과 앉아서 정보를 공유하고, 자료를 검토해 사업을 구상하는 과정들이 최소 5년은 소요된다"면서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농어촌공사의 K-농기술을 펼칠 수 있는 사업을 많이 발굴하고 싶다. 농어촌공사가 깃발을 들고 민간 엔지니어링 기업들 모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많이 발굴하면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공간도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freshness41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