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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세계 100대 대학"…종합대→연구중심 가겠다는 이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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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는 경북대 총장. 경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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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하는 초일류 세계 100대 대학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발로 뛰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허영우 경북대총장이 11일 취임사를 통해 내놓은 대학운영의 청사진이다.

'혁신과 미래인재, 대학 재정 1조5천억 시대' 등 다양한 목표를 내놨지만 새 총장의 임기 4년 동안 경북대가 지향하는 핵심 타깃은 '세계 100대 대학'이란 한마디로 요약된다. 역으로 대학의 실력과 위상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립대학이자 지역거점대학이라고는 하지만 이 대학의 존재감은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미미한 수준이다. 국립대 가운데 1위라고 자랑하지만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 간의 순위 경쟁은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다. 국내외 대학 랭킹조사에서 수도권 대학에 밀려 상위권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김순권 정성화급 논문 쏟아지려면


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나 알아주는 '명문(?)'일지 몰라도 지역에서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고교를 졸업한 A급 인재들은 이른바 '인서울'로 모두 이탈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취업걱정이 태산인 현실을…

한 때 나마 잘 나갔던 대학이 추락한 이유는 이미 드러나 있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혁신과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열정이 미약하고, 외적으로는 갈수록 광포해지는 중앙집중화와 이로 인한 탈지방화 풍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 경북대 뿐아니라 전국 지방소재 대학들의 어려운 처지다.

하지만 이 대학이 맞고 있는 현실을 한 거풀 더 벗겨보면 문제의 본질은 보다 명확해진다. 김순권 박사나 정성화 박사 이래로 세계가 주목하는 놀랄만한 연구성과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 지가 오래다. 해마다 졸업생을 배출해내 듯 매년 괄목할만한 연구성과가 나오고 이것이 창업과 산업생산으로 이어진다면 경북대는 이미 세계적 명문의 반열에 올라섰을지 모른다. 아쉽게도 세계가 주목하는 우수한 연구성과는 가뭄에 콩나듯 하는 것이 이 대학의 현실이다.

대학내부에서는 '서울로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이 힘겹다는 푸념도 들리지만 이는 대학 경쟁력을 구성하는 본질의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한국에는 지방대가 수백개지만 모두가 존재감 없이 쇠락해 가지는 않는다. 가까이는 포스텍과 카이스트만 봐도 대학이 지방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쟁력을 좀먹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해외에서 첨단을 달리는 대학들이 가진 경쟁력의 본질은 대학이 가진 연구시스템과 성과,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산학연 클러스터화(化)에 있다. 대학내에서 우수 논문이 쏟아지고 첨단기술이나 첨단수준의 논문을 산업화·수익화로 연결시켜내려는 연구자집단의 강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대학의 시스템이 일류대학으로의 발돋움을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키'다.

세계적 대학들은 다수가 지방에 소재


하버드나 MIT, 칼텍 같은 세계적 대학들이 세계인재의 블랙홀로 기능하는 것은 그들이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탄탄한 연구력과 이를 가능케 하는 대학당국의 시스템 때문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허영우 총장이 이끌어갈 경북대의 향후 4년은 이미 전진할 방향에 대한 좌표가 설정돼 있다는 점이 다행스러워 보인다. 2024년 하반기 대학이 총력을 기울여 추진한 '글로컬대학'의 뼈대는 '연구중심 대학원대학'으로의 대전환이었다. 허 총장은 선거 때 글로컬대학이 담고 있는 플랜에 전적인 공감을 표시했고 그의 공약에도 유사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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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가 글로컬 전략을 짜기 위해 지난 2월 학교구성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연구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여론조사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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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의 청사진은 이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나온 기념비적인 내용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좋은 계획이 '성과'의 전제조건이지만 보증수표는 아니다. 대학 경영의 지휘권을 쥐고 있는 총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어떻게 계획을 실행해 나갈 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

허영우 총장이 내놓은 연구중심대학 전환의 플랜에는 △교수의 책임시수 감면 △3대융합연구원 설립 △집단연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성화와 이러한 제도,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재원의 확보(대학 재정 1.5조원), △기부금 1천억원 모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을 위한 세부계획과 추진일정은 아직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연구중심대학+재정 1.5조원 이행계획은?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입안돼 있다해도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계획이 실현되기 어렵다. 경북대의 특성 가운데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은 국립대 즉 공무원집단으로서의 조직의 정체성이다. 9 to 6에 익숙하고 무사안일 풍조가 없다고 할 수 없는 학교 교직원집단이나 교수사회가 거창한 계획이 입안됐다고 해서 바로 액션에 나선다는 보장은 없다.

이 학교 사범대의 A교수는 "국립대가 갖고 있는 조직의 경직성에 MZ세대가 학교구성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어려운 부서 기피현상이 심화하고 심지어 휴직계를 내는 경우도 있다"며 출발선에 선 허총장 입장에서는 "소통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총장 선거에 나섰던 B후보가 '효율적 행정체계 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학교내 기관 통폐합처럼 반드시 해야할 일은 욕 먹어도 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경쟁 후보들이 제시했던 공약 가운데서도 학교발전에 필요한 부분은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C후보는 "재원 1.5조에 공감한다. 그러나, 재정을 국가에 너무 심하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며 "미국 유수의 대학들 처럼 재정 외에도 기금을 모으는 방안이 필요하다. 발전기금은 인프라 구축에 지출되는 만큼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연구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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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산격동 소재 경북대학교 캠퍼스 오른쪽 건물이 본관과 글로벌프라자다. 이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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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중심 전환…여러 대의 총장이 추진할 일


총장 임기의 시작과 함께 학교의 변화는 시작이 됐다. 경북대 구성원 다수가 동의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은 대학의 체질을 근원적으로 바꾸는 작업인 만큼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성질의 목표가 아니다. 앞으로 몇 대의 총장 임기에 걸쳐 꾸준히 추진해 나가도 성패를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130여개 연구소의 파편화된 연구수행이나 고성과자에 대한 제도화된 인센티브 제공, 연구중심대학 전환을 위한 대학 행정체계의 개편과 관련된 세부 청사진과 이행계획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타깃과 세부목표가 선명해져야 흔들림 없는 업무추진이 가능하다. 구성원 총의가 모인 모처럼만의 계획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려면 이행(실행)계획이 탄탄해야 한다. 임기의 전반을 실행계획 마련에 쏟더라도 제대로 된 계획안이 나온다면 경북대로서는 체질개선의 8할은 이루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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