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uppercutrules@gmail.com)]
보수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취임 일 년이 지나서도 김무성 의원은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이재오 의원은 "노무현씨"라 불렀다. '노무현 미워하기'의 백미는 전여옥이 했던 "대통령은 대학 나와야" 발언이다.
'노무현 미워하기' 그 이유는?
노무현은 상고 출신에 인권변호사라며 노동자들과 어울려 다녔다. 그런 사람이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보수의 적자 이회창에게 두 번째 대선 패배를 안겨 눈물의 정계 은퇴를 하게 했다. 보수의 치욕이다. 이뿐인가. 보수의 집성촌과도 같은 서울 강남과 서울대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노무현 비난은 언론의 사명이요, 국민 오락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했나. 노무현은 기업에 손해 되는 정책을 내놓은 적도, 규제를 양산한 적도 없다. 오히려 기업인들을 정치자금 압박에서 벗어나게 해줬고, 한미FTA도 타결했을 뿐 아니라 그 좋은 주미대사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앉혔다. 그럼에도 기업인들은 노무현을 미워했다.
노무현 사후 한 언론이 '노무현 미워하기'의 몰이성적 측면을 잘 짚었다. 한 기업인에게 노무현을 미워하는 이유를 물었는데 대답을 못 하더라는 것이다. "딱히 이거다 할 것은 없어요. 그냥 반기업적 태도랄까, 아님 언행이랄까 뭐 그런 것들…."
'타도 문재인' 그 이유는?
2017년 대통령 선거의 구도는 이색적이었다. 여 대 야, 보수 대 진보가 아니었다. 문재인 대 반 문재인이었다. 사실 '타도 문재인'이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여기저기서 "문재인은 안 돼"를 합창했다. 문재인이 대통령 되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역력했다.
놀라운 것은 '같은 편'이었던 민주당 인사들마저 문재인 흔들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박지원은 "극좌적, 수구패권주의 문재인"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극언까지 했다. 모두 다선 의원들이었다. 끝내 문재인이 여의도 정치의 관행이었던 '나눠먹기,' '밀실야합'을 거부하자 결국 그들은 안철수와 함께 국민의당으로 갔다.
그들은 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걸 그토록 막으려 했을까. '자신의 이익' 즉 '내 지분' 때문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친노·친문이 다 해먹을거다'라는, 전혀 근거 없는 믿음에 세뇌되다시피 했다. 결과는 어땠나. 초대 총리부터 5대 권력기관장에 이르기까지 친노·친문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뿐이었다. 그렇다면 '문재인포비아'의 출처는 무엇이었을까.
"대통령이 되면 뭔가 뺏어갈 것 같다"는, 뭐 그런 이미지?
'이재명 포비아' 그 이유는?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송파구갑)은 11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 대표는 계엄보다도 더한 짓도 할 사람"이라며 "'이재명 정부'를 떠올리면 캄보디아의 흑역사 '킬링필드'가 겹쳐진다"고 주장했다. 대학 나와 미국 유학도 하고 언론사 간부도 한 사람이 저런 수준의 주장을 할 수도 있구나,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같은 날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TF의 이양수 단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당장 탄핵이나 하야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미치광이 대통령을 탄핵하자는데 웬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왜일까? 이 대표가 대선 지지율 압도적 1위이기 때문이다. 야당 하기 싫은 거다.
내 밥그릇 뺏기게 된 친윤들의 합창, "이재명은 아니지 않습니까"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면 먹을 게 많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의 자리만 3천개쯤 된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이니 한 자리를 두 번 임명한다고 상정하면 6천개다. 또 당직도 있고 민간기업도 있다. 여기에 주변 지인, 지인 자녀, 자신의 보좌관들을 꽂을 수 있다. 개각 때 자신이 장관으로 갈 수도 있다. 이 모든 걸 한순간에 날리기엔 너무 아깝다.
점입가경, 그런데 친윤들은 국정이 마비된 이 와중에도 한동훈 대표를 끌어내릴 방법에 골몰하고 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이 순간에도 챙기는 게 바로 자신의 이익, 즉 내 지분이다.
여당의 불안은 이해할 만하다. 이재명은 한국정치의 변방에서 혈혈단신 벼락같이 등장해 당대표에 올랐다. 계파도, 세력도 없던 사람이다. 과거 계파 간 대립이 심한 민주당이었는데 이재명이 당권을 잡은 이후 신기하게도 한 덩어리가 됐다. 그런데 이 사람이 대권 지지율에서 압도적 1위다. 내 밥그릇 뺏기게 생겼다. '이재명포비아'의 본질은 이런 것이다.
속지 말자.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를 흔들기 위한 흑색선전의 역사는 오래다. 대부분 겁먹은 보수세력이 뿌린 마타도어다. 김대중이 대선에 나설 때마다 '김대중이 되면 군부가 나선다'는 무시무시한 대국민 겁박이 항상 따라다녔다. 노무현은 '노무현으론 안 된다'였고 문재인은 그냥 '문재인은 안 돼'였다. 이제 이재명이 유력해지자 '캄보디아 킬링필드'까지 등장했다.
'3연속 감옥행' 그 정당은 해체해야
박정훈 의원의 비유를 보니 저들이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짐작은 간다. 아무리 그래도 킬링필드까지 가져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보다는 전두환 이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내놓은 대통령들은 어쩜 그렇게 감옥을 즐겨 가는지 설명을 해줬으면 한다. 김영삼 제외하면 모조리 감옥에 갔다. 이번엔 3연타석 감옥행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기록 제조기 정당이다. 그것도 세계기록. 이런 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체하는 것이 맞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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