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지도를 사용하지 않는 '맵리스'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 이미그리(Imagry)의 센서가 도로의 주요 사물들을 인식하는 모습. 사진 이미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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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네럴모터스(GM)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로보택시 사업에 더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비용 문제가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승부처로 떠올랐다. GM이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해, 자사의 자원배분 우선순위에 맞춰 추가 자본투입을 중단할 것”이라며 직접 돈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GM은 2016년 크루즈 인수 뒤 로보택시 사업에 약 100억 달러(14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투자가 불가피한 자율주행에서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 센서 기반의 ‘맵리스(Mapless)’ 자율주행이다. 지도 데이터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고화질 지도 확보 비용 등이 적게 든다. 외부의 지도 데이터가 아닌 센서를 통해 스스로 주변 정보를 확인하며 자율 주행하기 때문에, 도시 외곽이나 지도에 나타나지 않은 도로의 돌발 상황을 차량이 실시간으로 인식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크루즈가 고화질 지도 기반의 자율주행을 택한 반면, 테슬라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로보택시는 맵리스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파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변 환경에 대해 실시간 동적 지도를 생성하는 맵리스 시스템은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적응도가 뛰어나다”라고 평가했다. 샤오펑·화웨이·광저우차·리오토 등 중국 업체들도 맵리스 방식을 쓰고 있다.
X 등 SNS에 확산된 인도 차량 추락 사고 현장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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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에서 연이어 발생한 차량 네비게이션 오류 사고도 맵리스 기술 경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하순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선 구글 지도를 켜고 운행하던 차량이 다리가 끊긴 줄 모르고 진입해 15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자 3명이 사망했다. 해당 다리는 진입 금지 상태였지만, 구글 지도에는 반영되지 않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추석 연휴 충남 아산시의 한 논길에 티맵 안내를 받은 차량이 몰려 극심한 체증이 벌어졌던 이른바 ‘논두렁 사태’의 원인도 지도 데이터 오류의 일종이었다. 지도 데이터 기반의 자율주행 차량에선 업데이트 미비나 데이터·위성항법시스템(GPS) 오류로 문제가 생겨도 운전자가 손 쓰기 어렵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선 맵리스 자율주행 개발사들이 기술을 시연할 예정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이미그리는 ‘심층 합성곱 신경망’(DCNN)을 바탕으로 사람의 운전 행위를 모방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다. DCNN은 센서로 습득한 사물 이미지를 여러 겹의 층을 거쳐 분석해 활용하는 인공신경망 기술이다. 이미그리는 중국 딥라우트(Deeproute)와 함께 맵리스 자율주행 분야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달 LA 오토쇼에 전시된 테슬라의 사이버캡 로보택시.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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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카카오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등 한국 기업들은 고화질 지도 기반 자율주행 방식을 택해 연구 중이다. 도심 자율주행에서는 고화질 지도 데이터가 더 유용하고,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금지한 규제 영향도 있다. 구글은 10여 년 전부터 한국 정부에 지도(측량 결과 등) 공개를 요구했지만 보안을 이유로 현재도 금지 상태다. 김대근 단국대 기계공학과(3D광학)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구글과의 지도 경쟁에서 ‘우회로’를 찾기 위한 맵리스 연구를 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이유로 한국에선 맵리스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는 문제도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지도 기반 자율주행 차량은 해외에선 그 기능을 못한다”며 “향후 시장 표준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낮은 수준에서라도 지도 데이터를 개방해 기업간 경쟁을 유도하거나 정부가 맵리스 자율주행 연구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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