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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비밀리에 가동 중이던 ‘프리즘’(PRISM)이라는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하고 도청 및 사찰을 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후 ‘내부 고발자’의 대명사가 된 그는 지난해 6월 영국 가디언과
의 인터뷰에서 “현재 정부의 역량을 고려하면 2013년 우리가 본 것은 어린애들 장난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정부 등 거대 권력에 의한 사찰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4월 8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100여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출됐고, 한국과 같은 동맹국도 도·감청 대상이었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문건 중에는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지 고심하는 민감한 대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런데도 정부는 “한·미동맹을 흔들 사안이 아니다”라며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주권국가의 자존심을 저버렸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개인 휴대전화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3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건 것도 이례적이지만, 개인 폰이라는 점에 정치권이 화들짝 놀랐다. 심심찮게 흘러나오던 윤 대통령의 사적 통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대통령의 개인 폰 사용은 자칫하면 감청에 의한 기밀 유출 등 국가 안보를 흔드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기시된다. “비화폰도 모르는 정신 나간 대통령”(박지원 의원)이란 힐난이 무리도 아니다.
‘비화(祕話)폰’은 일반 모바일 기기와 달리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를 발신자와 수신자만 해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암호화해 도청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12·3 계엄 사태를 전후해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그리고 군 수뇌부가 비화폰을 이용해 은밀한 지시와 명령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계엄을 준비하고 실행했는지 밝혀낼 핵심 증거물인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개인 휴대전화까지 교체했다고 했다. 계엄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도청 등 보안을 의식했던 것일까.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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