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클라우드 사수 나선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 CEO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본지와 인터뷰중인 맷 가먼 AWS CEO. /오로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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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빅테크의 인공지능(AI) 모델이 시장을 지배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용자들은 자국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깊게 이해하는 AI를 원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 기업들이 만든 AI 모델들도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거죠.”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48)는 오픈AI·앤스로픽 등 미국산(産) 첨단 AI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비(非)영어권 국가의 AI 모델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마존의 계열사인 AWS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이다. 구글·애플의 앱 장터에서 원하는 앱을 선택해 이용하는 것처럼 다양한 AI 모델을 모아 놓은 AI 장터 ‘베드록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최근 내놨다. AI 시장을 특정 모델이 독점하지 않고, 다양한 기능의 AI 모델이 서로 경쟁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는 게 아마존의 판단인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
맷 가먼은 AWS가 설립된 2005년부터 함께한 창립 멤버로, 지난 6월 CEO로 승진했다. 그가 국내 매체와 1대1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먼 CEO는 AI 모델뿐 아니라 글로벌 AI 생태계에 대한 빅테크의 접근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AWS의 AI 장터에 얼마나 많은 AI 모델이 들어가나?
“100개 조금 넘는 AI 모델이 입점했다.” 한국에선 업스테이지의 모델 2개, LG AI연구원과 엔씨소프트의 모델이 1개씩 들어간다.
-기억에 남는 한국 기업이 있나.
“다들 기술력이 훌륭했다. 어제 만난 AI 영상 검색 업체 ‘트웰브랩스’ 창업자(이재성 대표)도 인상적이었다. 미식축구협회(NFL)와 협력해 하이라이트 영상 검색 등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혁신이라는 게 꼭 (미국 등 AI 선진국) 한 곳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일어난다는 좋은 사례다.”
-아마존은 다른 빅테크보다 AI 시작이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전략이 달랐을 뿐, 늦은 건 아니다. 웹사이트에 챗봇을 추가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보다 다양한 AI 서비스를 가장 쉽고 안전하게 제공하는 ‘플랫폼’을 먼저 구축하려 했다. 수백 종류의 AI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그런 전략 때문이다. 오픈AI나 구글의 AI 모델을 AWS의 AI 장터에 올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AWS는 이번에 AI 모델을 내놓으면서 자체 AI 칩을 썼다. 결국 ‘타도 엔비디아’인가?
“우리의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2’가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이 제품으로 엔비디아를 대체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AI 모델과 마찬가지로 AI 칩에서도 고객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AWS는 2018년 첫 자체 서버칩 ‘그래비톤’을 내놨지만, 매년 인텔·AMD에서 서버용 칩을 구매하고 있다. 트레이니엄과 별개로 엔비디아와도 계속 협력할 것이다.”
-차세대 칩 ‘트레이니엄3’의 제조는 어디에 맡길 예정인가?(트레이니엄2는 TSMC에서 생산 중)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TSMC는 훌륭한 파트너지만, 우리는 삼성전자와도 여러 측면에서 오랫동안 협력해 왔다. 트레이니엄3는 3나노 공정으로 제조되는데, 우리는 모든 파트너와의 협력에 열려 있다.”
-AI는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지만, 아직 돈을 못 번다는 지적도 많다.
“AI가 돈이 안 되는 이유는 AI를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곧 바뀔 것이다. AWS 등 클라우드 기업이 더 싼 AI 모델, 더 효율적인 AI 칩을 제공하면서 추론 비용이 지금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AI의 비용이 낮아지며 결과적으론 AI의 수익성이 좋아질 여지가 생긴다.”
-거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문제에 대한 견해는?
“친환경적 전력 공급에 계속 관심을 갖는다. AWS는 지난 5년간 매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기업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태양광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에서는 소형 원자로에 투자하고 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탄소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원전은 아주 중요하고, 그 가치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본다.”
☞클라우드(cloud·가상 서버)
데이터를 인터넷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 외부 이용자들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특정 기기에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구름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로 ‘클라우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초창기에는 주로 데이터와 프로그램 저장 용도였지만, 최근엔 기업들이 AI 모델을 포함해 각종 소프트웨어와 시스템까지 넣어둔다.
[라스베이거스=오로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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