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과 수상 강연 번역한 칼손 교수·박옥경 번역가 부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안데르스 칼손(왼쪽) 교수와 박옥경 번역가. /황지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안데르스 칼손(58) 영국 런던대 동아프리카대(SOAS) 한국학과 교수와 박옥경(58) 번역가는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영어판이 나오지 않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일찌감치 스웨덴어로 옮겼다. 지난 3월 출간 이후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스웨덴 한림원도 ‘작별하지 않는다’를 한강의 수작(秀作)으로 꼽는다.
한 팀으로 작업하는 이 부부 번역가는 1990년대 중반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시작으로 한강의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총 8편의 한국 소설을 스웨덴어로 옮겼다. 지난 9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날아온 둘을 만났다. 이들은 7일 진행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원고를 가장 먼저 봤다. 한국어로 진행된 강연을 스웨덴어로 번역해 강연 참석자들에게 나눠줘야 했기 때문이다. 문학의 역사에 남을 이번 강연을 번역하며 이들이 고심했던 표현을 짚어봤다.
“애도를 종결하지 않는 사람”
말로 하면 어색한 느낌이 드는 ‘종결’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스웨덴어로 옮길 것인가. 부부는 ‘멈추다’나 ‘그만두다’ 같은 표현을 쓰지 않고, 마찬가지로 딱딱한 표현인 ‘slutföra(완결하다)’를 썼다. 박옥경 번역가는 “한림원 쪽에서 일반적인 단어로 대체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는데, 한국어 단어도 일반적이지 않은 표현이라고 설명해줬다”고 했다. “어색한 표현을 유지할 때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잖아요.”
“장편소설을 쓰는 일에는 특별한 매혹이 있었다”
한강은 이 말과 함께 장편소설을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과거 시제를 쓴 탓에 스웨덴어로 번역하면 마치 과거에 좋아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것처럼 들린다. 부부는 고심 끝에 한강 작가에게 직접 물었다. 한강은 ‘당시의 매혹을 부각하기 위해 과거 시제를 쓴 것’이라고 전했다. 이 의도를 고려해 “장편소설을 쓰는 일에는 특별한 매혹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upptäckte)”로 번역했다.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
한강이 여덟 살 때 썼다는 시를 언급하며 한 말. 칼손 교수는 “‘사이’라는 한국어가 쉽게 옮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일정 거리가 있다는 걸 의미하는 동시에 연결된 느낌을 주는 어감 때문이다. 영어 번역은 ‘In between our hearts’지만, 의미를 살리고 싶었다. 고민 끝에 공간을 뜻하는 ‘rummet’이라는 스웨덴어를 썼다.
[스톡홀름=황지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