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간첩법 처벌 대상을 ‘적국 간첩’에서 해외 주요국과 같이 ‘외국 간첩’으로 넓히자는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 결과 여당이 법 개정을 당론 추진하고 야당이 일부 수용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를 통과한 게 한 달 전 일이다.
배민영 정치부 기자 |
다만 야당은 과거 간첩사건 조작 등 ‘흑역사’가 반복될 것을 우려해 전체회의 상정을 미루고 있었다. 즉 법 개정 절차는 더디게나마 진행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법 개정을 바랐다면 개정 취지와 기대 효과, 부작용 방지책을 설명하고 야당을 설득해야 했다. 그런데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마당에 계엄 사유로 간첩법을 넣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법 개정 노력은 좌초되게 생겼다.
대통령의 직책과 각종 실권은 승자독식 원리로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줄다리기 협상 끝에 ‘주고받기’ 원리로 돌아가는 일이 허다하다. 주변에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단 윤 대통령은 이러한 원리를 여태 모르는 듯하다. 이번 담화는 보수 정권 대통령이 자기 변론을 위해 100% 안보 사안인 간첩법 개정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배민영 정치부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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