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2017년 임명… 자택 압수수색 후 관계 틀어져
후임 파텔, FBI 지도부 해임 및 기관 통제 예고
트럼프 “레이 사임, 美에 있어 위대한 날”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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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사실상의 불신임을 받은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11일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춰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1기 때 임명한 레이는 임기(10년)가 2년이 남았지만 후임자까지 지명한 트럼프의 사퇴 압박 속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이란 뜻을 밝힌 것이다. 레이는 바이든 정부 때 FBI가 기밀자료 반출 혐의를 받은 트럼프의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을 계기로 미운털이 박혀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는 이날 “레이의 사임은 미국에 있어 위대한 날”이라고 했다.
레이는 이날 FBI 직원들에게 “트럼프 정부가 시작되기 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8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레이가 한 일들에 매우 불만족스럽다”고 했었다. 또 레이의 임기가 2년여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당선 뒤 차기 FBI 국장에 ‘충성파’인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을 기용할 것이라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레이가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자신을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현실에 굴복한 것”이라고 했다. 레이는 이날 “1월에 현 정부가 끝날 때까지 일하다 그 후에 사임하는 것이 FBI에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하는 게 가치와 원칙을 강화하면서 FBI가 더 큰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바이든 정부 임기는 내년 1월 20일까지다.
레이는 2017년 8월 트럼프가 ‘충성 맹세’를 거부한 제임스 코미 국장을 해임한 뒤 후임으로 임명됐다. 초기에는 트럼프가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라며 레이를 칭찬했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트럼프에 대한 잇단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레이가 사임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NYT는 “2022년 플로리다에 있는 그의 집을 수색한 사건 때문에 반감이 더욱 심해졌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주(州)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한 뒤 FBI가 초기에 ‘귀에 총을 맞았다’고 명확히하지 않자 “한때 명성이 높았던 FBI가 신뢰를 잃은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FBI는 테러, 사이버 범죄, 민권 침해 등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는 미국 내 최고 수사기관이다.
레이의 후임이 될 파텔은 연방 검사, 국선 변호인 출신이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고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해 자신의 저서에서 FBI를 개혁 대상으로 거론하며 레이를 비롯한 지도부 해임과 FBI에 대한 통제를 요구한 강경파다.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대선을 놓고도 ‘사기’라 주장해왔다. NYT는 “레이의 사임이 예상된 일이었지만 전·현직 요원들은 파텔이 임명되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경계하며 격변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파텔은 FBI를 이끌기에 역사상 가장 자격을 갖춘 후보”라며 “법과 질서, 그리고 정의를 다시 우리나라에 가져오는 데 헌신할 것”이라고 했다. 파텔은 “나는 첫날부터 일할 준비가 돼 있고, FBI에서 매우 순조로운 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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