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스웨덴 출판사서 국내 언론 간담회
“노벨상 수상, 내 좌표 파악하게 된 계기”
“인간의 삶은 복잡···복합적이고 양립적”
각종 기념사업엔 “책을 읽는 것이 본질”
“일상으로 돌아가면 신작 집필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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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강 작가는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Natur & Kaultur)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강은 전날 노벨상 시상식 후 열린 연회에서도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며 ‘연결’이라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 “강연문을 작성하면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그러면서 지금 나의 좌표를, 내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쯤 왔는지 스스로 파악하게 됐다”며 “앞으로 더 쓸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더 생각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강은 자신의 여러 작품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한 번역가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제 작품이) 번역된 언어가 28개 혹은 29개 되는 걸로 알고 있고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인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번역가들과 저는) 함께 있는 것이다. 문장마다 함께 있고 모든 문장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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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품 속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시련에 대해서도 전했다. 한강은 “인간의 삶은 복잡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복잡한 삶을 복잡한 대로 쓰고자 한다. 충돌이 있으면 충돌이 있는대로, 복합적이고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을 같이 들여다보면서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한림원은 한강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낸 작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한강은 ”(작품 속에) 확신에 차있지 않고 내적갈등이 있거나 고통받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모습들이 현실 속의 우리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문서로는 ‘소년이 온다’를 추천했다. 어떤 책으로 한강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길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아울러 한강은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다음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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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노벨문학상과 관련해 추진 중인 기념사업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저는 책 속에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만약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책 속에서 찾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떤 의미를 공간을 만듦으로써 그 의미가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하는 것도 가시적인 방법일 수는 있지만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으시는 게 가장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 바라는 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신작과 관련해서 한강은 일정이 마무리되면 일상으로 돌아가 집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쓰는 게 쉽지 않아서 계속 고민했다. 원래 계획은 이번 겨울까지 쓰는 거였는데, (노벨문학상) 강연문도 써야 하고 여러가지 준비할 것이 많아 늦춰지고 있었다”며 “이 일들이 끝나면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 쓰려고 했던 ‘눈 3부작’도 마무리하고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다음 소설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강은 12일 스톡홀름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강 작품의 낭독 행사에 참석해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펼치며 노벨 주간을 마무리,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문예빈 기자 mu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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