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 체포 후 바로 尹 대통령 겨냥
檢 軍 수뇌부 줄줄이 조사 尹 포위
공수처장, "대통령 긴급체포" 시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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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2·3 불법계엄 사태'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턱밑을 겨누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한 검찰이 계엄군 수뇌부 수사로 대통령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자 경찰은 전격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공수처도 질세라 대통령 긴급체포 가능성을 시사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증거인멸을 시도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 수사기관이 곧 강제로 신병 확보에 나설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을 가장 먼저 정조준한 건 경찰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11일 오전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건 처음이다. 그러나 대통령 경호처가 6시간 넘게 특수단 관계자들을 막는 동안 영장 집행 시한인 일몰이 지나 대통령실 진입엔 실패했다. 특수단은 대통령실 경호처로부터 임의제출 방식으로 일부 자료만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특수단의 대통령실 압수수색은 계엄 당일 국무회의 진상 등을 조사하기 위한 차원이다. 압수수색 영장엔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군 관계자들의 조사,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경찰이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의 우두머리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수단은 이날 새벽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긴급체포한 뒤 8시간 만에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14만 경찰의 수장과 서울 치안을 책임지는 서울청장이 동시에, 그것도 경찰에 체포된 것 역시 사상 초유의 일이다.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등에 경찰 투입을 지시해 국회의원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막아 계엄에 동조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특수단은 전날 오후부터 두 사람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강도 높게 조사한 뒤 체포했다. '셀프 수사'란 세간의 우려를 털어냄과 동시에 검찰에 앞서 조 청장의 신병을 확보하겠단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 청장은 김용현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내란 공모자로 적시돼 있어 검찰이 조만간 조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특수단은 이날 대통령실에 이어 경찰청과 서울청, 국회경비대를 압수수색하고 김준영 경기남부청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김 남부청장을 상대로는 경찰 병력이 계엄 당일 선관위에 투입된 배경을 확인했다. 또 내란 혐의로 고발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도 출석을 통보했다. 150여 명이란 대규모 인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전방위 수사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김용현 구속한 검찰... '계엄군 수뇌부' 수사에 집중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11일 오후 압수수색을 실시한 경기 이천 소재 육군특수전사령부에 차량이 드나들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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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장관 구속으로 수사권 정당성 문제를 털어낸 검찰은 계엄군 수뇌부의 혐의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자택과 사령부를 압수수색했다. 비상계엄 당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 병력을 국회로 수송한 김세운 특수작전항공단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방첩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도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줄줄이 불러 조사한 특수본은 계엄 모의와 실행 과정에 윤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도 윤 대통령 체포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상황이 되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 또는 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겠다"라며 "충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사권 둘러싼 검경 마찰도 계속... 국수본·공수처·국방부, '공조본' 출범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모습. 정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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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주도권을 둘러싼 검경의 마찰도 계속됐다. 경찰 특수단은 방첩사와 특전사, 수도방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모두 검찰로부터 '불청구' 통보를 받았다. 검찰 특수본이 이후 직접 방첩사와 특전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경찰 내부는 "수사방해나 다름없다"며 격양된 분위기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우리도 나름대로 군에 대한 수사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면서 "검찰이 사실상 경찰 수사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다만, 검경의 직접적인 대립은 잦아들 전망이다. 검찰 주도로 군검찰이 합류한 검찰 특수본에 대응해 이날 국수본과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힘을 합쳐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편성키로 했다. 공조본은 국수본의 수사 경험과 역량, 공수처의 법리적 전문성과 영장 청구권, 국방부 조사본부의 군사적 전문성 등 각 기관의 강점을 살려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할 방침이다. 다만 앞으로 수사기관 간 신경전이 '공조본(국수본+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과 '검찰 특수본(검찰+군검찰)'의 갈등으로 표면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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