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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혼돈에 빠진 10일 밤 한강 작가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124년 노벨상 역사상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처음이다. 한국어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벅차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상처 입은 국민에게는 잠시나마 큰 위안이 될 만하다.
한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위치에 서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도 했다. 한 작가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계엄 상황에서 벌어졌던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국가폭력과 그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그런데 44년 전 일이 되풀이됐고 일주일이 넘도록 수습하지 못하고 있으니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
스웨덴 한림원 측은 시상식에서 한강의 작품세계를 하양과 빨강에 비유하며 “하양은 슬픔, 죽음이고 빨강은 삶을 대변하며 고통, 피, 칼로 깊게 베인 상처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어 “한강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상처 입고 연약하지만 다시 한발 내딛거나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며 “필요한 힘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한 작가는 수상자 강연을 통해 광주에서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존재했다면서 이번 계엄 사태 때도 이런 양면성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무장한 군인들을 맨손으로 껴안으면서 제지하는 시민들,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군인과 경찰의 모습을 언급하며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시민정신과 민주주의를 향한 믿음과 희망이 크고 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적 위기에 처한 한국에 날아든 한 작가의 이런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황당한 계엄선포가 6시간 만에 해제되자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강한 회복력에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 하루빨리 국정을 정상화하고 시민들이 일상의 평온한 삶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정치권의 역할이 막중한데 사상 초유의 위기 앞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민·관이 위기 극복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며 국가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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