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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MT시평]스테이블코인과 테일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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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스테이블코인은 현실금융과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연결하는 통로다. 달러화 가치에 일대일로 연동된 테더와 USDT가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이다.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달러로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한 뒤 이를 통해 다른 가상자산을 사면 된다.

활용도가 높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최근 들어 급성장을 거듭했다. 2020년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자산가치는 1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현실세계의 달러화에 그치지 않는다. 현금을 국채나 CD 같은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MMF(머니마켓펀드)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다수의 가상자산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지급한다. 코인베이스는 USDC에 4.35%의 보상을 지급한다.

가상자산 시장의 근간인 블록체인 스마트계약과 분산금융(DeFi·디파이) 기술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대출하고 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 몇몇 디파이 플랫폼은 10% 넘는 이자율을 제시한다. 가상자산 투자자는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레버리지를 높인다.

최근 들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은 가상자산 밖의 정치권과 금융정책 당국으로 퍼져갔다. 과거 정책당국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언급은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데 집중됐다. 지난 2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하원 청문회 발언에서 디지털 자산이 시그니처은행 파산과 같은 금융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회가 나서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 보관기관을 규제할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소비자보호국(CFPB)도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강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왔다. 가상자산 관련 자산을 증권으로 규정해 SEC의 승인을 받게 하고 빅테크가 디파이에 진출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압승하면서 가상자산산업을 둘러싼 기류가 전반적으로 변했다. 가상자산 회의론자였던 트럼프가 전폭적인 지지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폴 앳킨스를 증권거래위원장에 내정했다. 한술 더 떠 측근 인사인 데이비드 색스를 백악관에 신설되는 '가상자산 차르'로 임명해 관련산업의 규제완화를 추진하게 할 심산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이 많아지면 그 가치를 담보할 미 국채 수요가 증가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미 국채 매도로 고민하던 미 정부의 빚부담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규제완화의 초점은 디파이와 빅테크의 진출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거대한 규모의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면 시장이 붕괴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데 있다. 과거에도 가상자산의 골드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가격은 2~3년에 한 차례 60% 넘는 가격조정을 보였다.

가상자산 시장은 테라의 스테이블코인 붕괴나 FTX 같은 거래소가 파산할 때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의 성급한 규제완화가 금융붕괴라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가상자산이라는 꼬리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해치는 테일리스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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