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을 내리자마자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명단 맨 위 회사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해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이어 회사 영업 정보를 찾은 후 다시 이메일을 찾아낸다. 하나의 과업을 마치자 이번에는 두 번째 회사의 이름을 검색한다. 순식간에 영업 담당자 이메일 주소록이 만들어진다.
구글이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제미나이 2.0 기반 AI 에이전트 '프로젝트 마리너'의 데모 영상 장면이다. 프로젝트 마리너는 검색과 자료 조사에 특화된 에이전트다. 직원에게 시켜야 했던 검색 기반 리서치 업무를 AI가 대신 해주는 것이다. 구글은 이날 선보인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 2.0을 "에이전트 시대를 위한 AI"라고 불렀다. AI 에이전트 시대를 앞장서 열겠다는 선언이다.
이날 구글은 사용자의 스마트안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AI 에이전트 '프로젝트 아스트라'도 선보였다.
빅테크 기업들이 내놓는 AI 에이전트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텍스트를 넘어 시각, 음성, 동영상을 모두 이해하고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멀티모달 능력을 갖춘 데 이어 검색·지도 등 핵심 서비스를 사람처럼 사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구글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은 기업이 내부에서 쓸 수 있는 에이전트를 공개했고, 오픈AI도 '오퍼레이터'라는 이름의 에이전트 공개를 앞두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이 만드는 AI 에이전트는 챗봇 수준에 머물고 있다. 멀티모달은커녕 이제야 텍스트를 넘어 겨우 이미지에 도달한 수준이다. 에이전트가 직접 사고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아직은 먼 얘기다. 검색·메신저와 같은 핵심 기술을 자체 보유했던 한국이 AI 시대에는 기술종속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한 이유다. 빅테크들이 언어·문화와 같은 국가별 특성까지 AI 모델에 반영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AI 소버린(주권)' 전략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에이전트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에 우리 기업이 경쟁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우려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서울 정호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