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정치활동 중단과 더불어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계엄 포고령 1호를 발령하였다. 이는 올 2월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반발로 시작한 전공의 사직 사태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령한 전공의 집단 사직 수리 금지명령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에 이어 두 번째 전공의 복귀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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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한 전공의 복귀 명령
계엄포고 대상 어불성설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 없어
계엄령 발령의 사유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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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계엄 포고령에 의한 전공의 업무복귀 명령은 위헌이다.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국민은 헌법 제7조에 의해 원칙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전공의는 의료현장에서 진료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휴직하거나 다른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는 자유권이 있다. 수련병원과 1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전공의는 근로자여서 사직의 자유가 있다. 사직서를 제출하면 그때로부터 한 달이 지나면 근로계약이 해지된다. 3년 이상 장기근로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3년이 지나면 언제든지 임의로 사직서를 제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노예계약을 방지하고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보호장치이다.
전공의는 사직하면 근로 계약상 근로의무가 없어져 진료업무 복귀 명령 대상자가 아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19일부터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와 임용포기서를 제출하자 수련병원들은 근로계약이 유지되니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그러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6월 4일 위 명령을 철회하면서 근로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했다.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무노동 무임금 정책에 따라 수련병원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했다. 전공의 신분 때문에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거나 독립 개원도 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전공의 일부는 수련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임금 액수에 해당하는 기회비용만큼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만약 이번 비상계엄령이 유지됐으면, 포고령에 따라 전공의들에게 의료기관 복귀 명령이 집행됐으면 전공의들은 국가를 상대로 제2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제기했을 것이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됐을 것이다.
다음으로 포고령은 형법상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계엄법 제14조는 포고령을 위반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파업, 의료 본업 등의 개념이 모호하여 계엄법 위반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전공의는 사직하면 전공의라는 지위가 소멸하여 처벌 객체가 아니다. 전공의들은 개별적으로 사직하였을 뿐, 집단으로 파업하지 않았고 현재도 파업 중이 아니다. 사직한 전공의들은 진료행위, 진료 보조행위, 입대, 연수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처벌’이란 법률용어가 있음에도 전제국가에서 국민 겁박용으로 사용하는 ‘처단’이라는 단어로 포고령을 만든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 사직한 전공의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비난하고, 전과자로 대량 양성하려 한 포고령은 잘못됐다. 일반의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 돈을 희생한 전공의에게 형사책임을 부여하려는 것 또한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
끝으로 전공의 집단사직은 헌법 제77조 제1항의 계엄령 발령요건이 아니다. 전공의 사직으로 전쟁이나 사변, 그에 준하는 극심한 사회혼란이 발생하여 군대를 동원하여 사회 안녕을 유지할 위기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사직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떠났으나, 수련병원은 전문의와 진료보조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객관적 통계를 봐도 예년과 비교할 때 올해 건강보험진료 건수와 건강보험료 진료비 지급액에 큰 차이가 없다. 우려했던 의료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공의가 집단사직을 했다고, 의사가 파업했다고 계엄령을 선포한 나라는 없다. 전공의 집단사직을 계엄령 발령 사유의 하나로 삼는 건 어불성설이다.
대통령과 정치권은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전공의 집단사직이 더는 사회적 문제로 재논의되지 않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인 양성을 통한 의료인의 인적 인프라 확대정책, 독점적 의료제도 개선, 공공의료 비중 확장정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미래세대의 생명권과 직결된다. 향후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복귀 명령이 포함되는 코미디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야 구분 없이 생명건강권이 지속 발전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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