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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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자진 사퇴 대신 국회 탄핵안 가결 뒤 탄핵심판 절차를 밟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번 주말 2차 탄핵안 표결을 앞둔 국민의힘 기류도 요동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1일 “윤 대통령 쪽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를 대비하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으로부터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면 거기에 맞춰 가면 된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꼭 인용되리라는 법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 티에프(TF)’가 제시한 ‘2월 퇴진안’과 ‘3월 퇴진안’ 모두 윤 대통령은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의 이런 기류엔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권한 정지 상태로 직을 유지하면서 헌재 심판을 통해 기각 결정을 받아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3명이 공석인 6인 체제에서는 1명이라도 반대하면 탄핵안이 기각되기 때문에, ‘탄핵 심판에서 뒤집기를 노려볼 만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공석인 재판관의 충원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일각에선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을 기대하는 것보다 인신 구속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나오고 21일이 지나서야 검찰에 구속됐다.
윤 대통령 쪽의 ‘자진 사퇴 거부’ 의사가 명확해지면서 여당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날 국민의힘에선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하는 의원들이 늘면서 “당론으로 탄핵안을 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서울 지역 초선인 김재섭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세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한 이는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 의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5명으로 늘었다.
찬반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의원들도 잇따르고 있다. 배현진·진종오·유용원·김태호·박정훈·정성국 의원 등은 이날 한겨레에 표결 참여 의사를 밝혔다. 대체로 친한동훈계거나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이다. 이들이 모두 본회의에서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리란 보장은 없지만, 표결에 참여하는 의원이 늘면 탄핵안 가결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하는데, 김상욱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유동적이긴 하지만 (탄핵 찬성이) 10명 전후”라고 말했다.
변수는 ‘원조 친윤석열계’ 권성동 의원과 비윤계인 김태호 의원 가운데 누가 12일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느냐다. 권 의원은 이날 “당론은 탄핵 반대”라며 “당론을 유지하면서 (윤 대통령이) 언제쯤 조기 퇴진하는 것이 좋을지 논의가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의원은 “(탄핵 표결이) 인위적으로 당을 위한 정치로 비쳐선 안 된다”며 “(의원들이) 자유의지를 갖고 투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당론이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안에선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한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이번 탄핵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의원들) 설득에 성공하지 못해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저는 그 즉시, 최고위원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친윤계가 ‘한동훈 축출’을 작정하고 친윤계 김민전·김재원·인요한 최고위원이 장 최고위원에 이어 동반 사퇴하면, 한 대표는 직을 잃게 된다. 이 경우 새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아 비대위 체제 전환을 준비하게 된다. 당내에선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당이 ‘친윤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의 출마를 겨냥해 마치 친윤계가 합심하여 한동훈 체제를 붕괴시킨다거나, 제2의 이준석 대표 사태를 만든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말 모멸적이고 악의적인 것”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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