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2 (목)

한강 “박 정부 때 블랙리스트 올라 놀랐지만 어떤 영향도 못 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연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각)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스웨덴 공영방송의 다큐멘터리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것에 대해 “놀라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1일 스웨덴 공영방송 에스티브이(STV)에서 방송된 ‘노벨의 초상(Nobel: Porträtten)’ 다큐멘터리에서 한강 작가는 광주 5·18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이후 내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9000명 가량이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이는 매우 많은 수였다“며 “당시엔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건 ‘영광’이라는 농담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옛 문화부 우수도서인 세종도서 선정·보급 심사에서 배제된 바 있다.



그러나, 한강은 “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소년이 온다는 나의 여섯 번째 소설이었고, (블랙리스트는) 독자들을 만나는 데 어떤 방식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만약 갓 작가가 된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면 분명 힘든 일이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에서는 매해 10월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를 공개한 뒤 각 수상자의 업적과 개인적인 삶을 전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한다. 올해도 에스티브이는 한강을 비롯해 물리·화학·생리의학·경제학상과 평화상 수상자들의 다큐멘터리를 지난 1일부터 공개했다. 한강의 영상은 27분 분량으로, 14∼19분 정도로 다룬 다른 수상자들의 이야기보다 길게 제작됐다.



한겨레

스웨덴 공영방송 에스티브이(STV)가 공개한 ‘노벨의 초상(Nobel: Porträtten)’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작가 한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강의 다큐멘터리는 서울 남산타워가 보이는 도심을 비추고 한강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시작된다. 그는 “14살이 됐을 때 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나는 내가 누구인지, 인생은, 죽음은, 인간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한강은 “14살에 불과했지만, 작가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작가는 의미를 찾고,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나도 아마 작가가 되어서 그런 일을 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한겨레

작가 한강이 광주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집필할 당시 참고한 900여명의 증언집. 쪽수마다 메모가 가득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와 ‘흰’,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한 구절을 낭독하면서 장면이 전환된다.



특히 ‘소년이 온다’를 소개하는 대목에선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총격 소리에 다급히 도망가고, 총을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민들의 모습, 총을 든 계엄군과 탱크, 헬기가 거리를 채운 모습을 3분 넘게 방송했다. 영상엔 군의 공격으로 숨진 양복 차림의 시민들과 이를 지켜보는 살아남은 가족들의 눈물이 있는 그대로 보인다. 한강이 소년이 온다를 집필할 때 읽은 900명의 증언집은 쪽마다 그가 표시해 놓은 메모로 가득했다.



한겨레

스웨덴 공영방송 에스티브이(STV)가 공개한 ‘노벨의 초상(Nobel: Porträtten)’ 다큐멘터리에 담긴 1980년 당시 광주의 참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광주에 관한 조각들을 모두 모으고 싶었다.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일기도 읽었다. 마치 나, 혹은 내 가족 대신 이들이 죽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강은 이 책을 쓸 당시 종종 희생자들을 위한 묘역에 갔던 이야기도 전하며 “(그곳에서) 눈을 감으면 따뜻한 햇빛에 감싸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경험은 나를 변화시켰고, (죽은 이들은) 내가 빛으로 나아가도록 추동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한겨레

작가 한강의 산책하는 모습이 다큐멘터리에 담겼다. 그는 소설을 쓸 때 하루 두 시간씩 걷기와 운동을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톡홀름/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