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 팀장, 선수들에게 개별 연락해 훈련 참가 종용 지시
전직 트레이너 "재활 훈련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선수단 단체 검진"
훈련하는 삼성 선수단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비활동 기간인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1월 말까지 팀 단체 훈련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삼성 트레이닝 코치들은 해당 훈련을 시작하기 전 선수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훈련 참가를 종용했고, 대규모 선수단 정밀 검진을 시행해 부상 여부를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삼성 트레이닝 코치 B씨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역 선수 46명이 대구 소재 트레이닝 센터에서 단체 훈련했다"며 "훈련 전엔 선수들의 단체 정밀 검진을 했다. 해당 훈련이 차후 문제화될 것을 우려해 재활 훈련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조처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활동 기간 팀 훈련은 규정에 위배되지만, 부상 선수들의 재활 훈련은 예외로 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B씨는 "선수들의 허리를 집중적으로 검사했다"며 "대다수 선수는 허리 통증을 앓고 있어서 추후 문제가 될 경우 부상 선수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과정은 삼성 트레이닝 팀장 A씨의 지시로 이뤄졌다.
B씨는 "A팀장이 모두 지시한 내용"이라며 "팀 훈련에 거부감을 드러낸 선수도 있었지만, A팀장은 이들을 개별 설득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B씨에 따르면, A팀장은 팀 훈련 참가를 꺼리는 특정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며 "어느 단체나 삐져나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며 "사정하든 설득하든 하라"고 했다.
A팀장은 해당 훈련이 규정에 위배된다고 인지했다.
B씨는 "A팀장은 선수들에게 전화로 설득하라고 지시했다"며 "모바일 메시지로 설득하면 증거가 남아서 공격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훈련 장소인 대구 소재 사설 트레이닝 센터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센터는 A팀장이 몸담았던 곳이다.
삼성 구단은 해당 트레이닝 센터에 대관료 등 목적으로 4천만원을 전달했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11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훈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2군 구장인 경산볼파크는 공사 중이었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훈련 시설 공사를 앞두고 있어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며 "구단에선 선수들에게 훈련 장소를 마련해준 것일 뿐이며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훈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선수단 단체 검진에 관해선 "선수들의 부상 상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정상적인 과정이었다"며 "A팀장의 발언과 표현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는 KBO 규약 제144조를 통해 선수들의 비시즌 단체 훈련을 막고 있다.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연습경기, 또는 합동 훈련을 실시할 수 없다.
1년 내내 훈련과 경기를 소화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휴식과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다.
해당 기간엔 선수들에게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다만 재활 선수 및 군 복무를 마친 선수, 신인 선수는 예외다.
홈구장 훈련 시설을 열어서 자유의사로 훈련하는 것까지는 허용한다.
이 경우에도 훈련은 코치가 지휘할 수 없다.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훈련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너만이 훈련을 도울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과거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 규정을 어기는 팀에 벌금을 받기로 하는 등 엄격히 금지했다.
장동철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현재 진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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