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추운 날씨에도 연일 계속되는 탄핵 집회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광경이 많습니다. 미대생은 예술 작품으로, 영화 감독이 꿈인 학생은 카메라로, 대학생들은 저마다 장기를 살려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이화여대 서양화과 선후배 다섯 명이 만든 미술 작품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국회 앞 집회에 함께 참석했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피켓을 보고 종이를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떠올린 겁니다.
[윤정원/이화여대 서양화전공 22학번 : '우리 어차피 대자보 쓰려고 했으니까 이거 피켓 주워서 작품으로 만드는 거 어떠냐' 그래서 줍고…]
시험 기간이라 밤에 모여 작업했고, 3일간 총 18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석지우/이화여대 서양화전공 23학번 : 이 작품이 멀리서 보면 한 대통령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시민의 결의와 저항이 잘 보인다고 생각을 해서…]
시험 공부를 줄이면서까지, 이 작품을 만든 다섯 명의 바람은 하나입니다.
[석지우/이화여대 서양화전공 23학번 : 저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말 많은 처참한 결의와 저항들이 이 시대를 만들어준 거잖아요. 그걸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 것 같아요.]
정문 앞에 붙은 대자보 위에는 포스트잇 종이가 가득합니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한 목소리를 더하고 있는 겁니다.
[김서현/이화여대 사회과교육과 23학번 : (다 같이) 분노의 표현을 해주니까 저도 용기 내서 '연대해달라'(하고) 아니면 좋은 글이 있으면 그래도 (서로) 공유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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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이 꿈인 이 학생은 교내 게시판에 "인터뷰 할 사람을 구한다"는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윤석열에게, 후배들이> 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민성욱/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23학번 :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영상이어서…(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학교 선배다 보니까 꼭 그분이 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을 결심한 정재훈 씨.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정재훈/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23학번 :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저희 선배라는 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주고…]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성욱/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23학번 : (평소에는) 정부에서 결정하는 정책이 저희한테 직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저희가) 배운 최소한의 것들조차도 지키지 못했을 때 분노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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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학생 50여 명은 개별적으로 모여 시국 선언에 나섰습니다.
[서울예대 학생들 (지난 9일) : 예술가는 침묵하지 않는다!]
시국 선언을 제안한 김예담 씨는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김예담/서울예대 문예학부 24학번 : 계엄령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라 잘 모릅니다. (하지만) 계엄령이 선포가 됐을 때 제 일상이 깊숙한 내면에서부터 파괴됐을 거라고 느꼈고…]
연말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에선 학생들의 분노가 이렇게 형형색색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정치에 관심 없다는 건 어쩌면 착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장준석 / 영상편집 박수민 / 취재지원 박찬영 홍성민]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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