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11일 저녁 서울 영등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최서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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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8일째인 11일 저녁에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지난 7일부터 여의도에서는 매일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린다. 이날 집회에는 나이와 성별, 지역, 직업, 성정체성 등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이 나와 거리를 빼곡히 메웠다.
고3 학생 이채은씨는 “지난 3일 밤 자기 전 계엄이 선포되는 걸 보고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무서워서 잠이 오질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오게 됐다”며 “대통령이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해서 탄핵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20대 남성 손다온씨는 “갑자기 계엄령이 선포되는 걸 보고 이게 가능한 일인지 믿기지 않았다”며 “우리나라는 힘들 때마다 국민들 힘으로 나라를 바꿨다. 고생한 유공자들을 위해서라도 젊은 사람들이 나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성들에 비해 집회에 참가하는 2030 남성들이 적다”면서 “청년 남성들도 집회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집회 장소에서는 다양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시민들이 흔드는 응원봉 때문에 집회장은 마치 콘서트 현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클럽같은 분위기의 신나는 비트 소리와 함께 “내란죄 체포” “국민의 승리” “윤석열 탄핵”이라는 구호가 마이크를 통해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핫팩과 간식, LED 촛불 등을 나누며 힘을 모았다. 수레를 끌고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응원봉을 나눠주던 최문수씨(58)는 “행복하고 싶어서 직접 응원봉을 구매해서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게 됐다”며 “비상계엄을 보고 너무 슬펐고, 여기에 나온 것은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천막을 지키고 있는 이태원참사 생존자인 곽학종씨(55)는 “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채상병 사건, 화성 아리셀 참사 등이 줄줄이 터졌다”며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주 토요일 탄핵 투표를 지켜본 후 헌법재판소에 찾아가 단식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에서 남편과 함께 서울로 왔다는 40대 여성은 “너무 화가 나서 달려왔다”며 “계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하라”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연설 무대로 올라 마이크를 잡은 한 고3 학생은 “나는 성우가 되고 싶은 평범한 학생인데,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다”며 “대통령은 부끄러움이란 단어를 아냐”고 되물었다. 청년 사업가 박시연씨도 연설에서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단순한) 불만의 표시가 아니다”라며 “이번이 선례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온 취업준비생 김예진씨(22)는 “한국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해 서울로 와서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전날부터 밤을 새우며 천막 농성을 벌인다고 했다. 성소수자인 김씨는 “시위에 나오는 사람 중에는 무지개 깃발을 드는 사람들도 있다. 퀴어들도 같이 연대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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