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품었다…“세계 10위권 도약”

대한항공이 11일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지난 4년여간 이어온 기업결합 과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통합 대한항공’이 공식 출범하면 38년간 이어진 양대 국적 항공사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난다.

대한항공은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신주 1억3157만여주(지분율 63.9%)를 취득하며 기업결합을 마무리지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2월 계약금 3000억원, 이듬해 3월 중도금 40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지급했고 이날 잔금 8000억원을 추가 납입했다.

대한항공은 상법상 지분 취득 다음날인 12일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공식 편입한다. 대한항공이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지 4년1개월, 2019년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시점부터는 5년8개월 만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세계 14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필수신고국 승인 절차도 모두 마쳤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최종 승인했고, 미국 법무부(DOJ)의 경우 신주 인수 이전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승인한 것으로 간주된다.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면 한국은 세계 10위권 항공사 보유국이 된다. 올해 3분기 기준 양사가 보유한 항공기 수는 대한항공 158대(여객기 135대), 아시아나항공 80대(여객기 68대)로 세계 11위의 여객 수송력을 갖췄다. 매출과 자산 규모도 크게 늘어난다. 지난해 기준 양사의 통합 매출은 21조1000억원, 통합 자산은 42조8000억원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2026년 10월 통합 항공사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달 중 아시아나항공의 새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을 선임할 예정이다. 향후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기업문화 융합 등 브랜드 통합에 나선다. 또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양사 산하 저비용항공사(LCC) 3사의 통합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항공업계가 거대 항공사 독점 체제로 재편되는 만큼 항공권 가격 상승과 소비자 편익 감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를 반영한 양사 기업결합 시정 조치를 마지막으로 조정한다. 운임 인상 제한, 마일리지 불이익 금지, 무료 수하물 등 서비스 질 유지 등이 대표적인 시정 조치다.

앞서 공정위는 2022년 2월 양사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노선 운임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제한했다. 운임 인상 제한은 양사의 중복 국제노선 68개 중 38%(장거리 중복 노선 12개 포함)인 독과점 우려 노선에 부과한다.

또 마일리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19년 말 시행한 제도보다 불리하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수준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도 금지했다.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공정위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정 조치의 이행 감독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처 간 대응체계를 공고히 하고 운임 상한 관리 강화, 마일리지 정보 공개 확대 등을 통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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